구자철의 넉살과 곽태휘의 책임, 몫이 더 커졌다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1차 목적지는 미국이다. 마이애미에 캠프를 차리고 집중 담금질에 돌입하는 대표팀은 오는 6월10일(이하 한국시간) 가나와의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 뒤 12일 브라질로 들어간다. 이제 진짜 월드컵 시즌이다.
홍명보 감독은 30일 오전 출국에 앞서 “지난해 여름 지휘봉을 잡은 뒤 줄곧 이 순간만을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말로 실전 모드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이어 “침체된 대한민국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수많은 팬들이 나와 장도에 오르는 홍명보호 승선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팬들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긴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웃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대표팀은 지난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출정식을 겸한 경기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아직 개개인도 팀도 100%는 아니라지만, 당시 경기력으로는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 악재도 겹쳤다. 튀니지전에서 주전 센터백 홍정호가 부상을 당했다. 왼쪽 풀백 김진수는 부상이 호전되지 않아 박주호로 교체됐다. 여러모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좋을 것 없는 흐름이다. 지나치게 들떠 있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으나 대회를 앞두고 침체는 분명 달가울 것 없다. 앞으로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약 보름.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기도 바쁜데 팀 분위기도 끌어 올려야한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일단 홍명보 감독의 몫이 크다.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감독의 책임이라 말하기는 곤란하나 어쨌든 벌어진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다. 부임 후 줄곧 ‘원팀’을 강조한 홍명보 리더십이 이제는 진짜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발휘해야한다. 홍 감독을 돕는 선수단 리더들의 임무도 커졌다.
주목할 인물은 구자철과 곽태휘다. 구자철은 주장이다. 경기를 앞두고 동전 던지기로 선공을 정하라고 팔에 완장을 채운 것은 아니다. 구자철도 잘 알고 있다. 이미 2009년 U-20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호의 중심축 역할을 잘 해냈다. 그래서 홍 감독은 구자철에게 또 큰 임무를 맡긴 것이다.
구자철은 책임감이 강하다.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출중하다. 그리고, 성격도 좋다. 성격은 중요한 요소다. 자신만 챙기기도 벅찬 무대에서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을 쓴다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다. 그것을 스트레스라 생각하지 않고 넉넉하게 품을 수 있어야 좋은 캡틴이다. 그래서 성격은 중요하다.
가뜩이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홍명보호의 현 상황을 생각할 때 구자철의 ‘성격’은 꼭 필요한 감초다. 구자철 특유의 넉살이 선수들의 웃음을 유발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되어야한다. 구자철과 함께 중요해진 인물이 곽태휘다.
구자철이 보이는 리더라면 곽태휘는 보이지 않는 리더다. 그 어느 때보다 젊어진 스쿼드에서 33살 베테랑 곽태휘는 중앙 수비수 임무를 넘어 맏형 노릇까지 해줘야한다. 그걸 바라고 홍명보 감독도 곽태휘를 불렀다.
책임감과 근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홀로 귀국해야했던 절망을 딛고 4년 뒤 기어이 꿈을 이룬 ‘오뚝이 스토리’만으로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젠 자체로는 불충분하다.
현재 홍명보호 수비진은 비상이다. 홍정호는 부상이다. 윤석영은 실전감각이 떨어졌다. 박주호는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고 경기 경험도 부족하다. 홍명보 감독이 애초 계획했던 수비라인이 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호흡’이란 측면에서 불안함이 생긴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은 똘똘 뭉치는 것밖에는 없다. 창의성을 비롯한 개개인의 능력이 보다 중요한 공격진은 한 발 더 뛰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어도 수비는 다르다. 여러 악재와 함께 희생을 통한 하나가 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데, 맏형 곽태휘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튀니지전이 끝난 뒤 적잖은 전문가들이 ‘필드 위의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전했다. 리더의 부재 이야기다. 홍명보 감독이 떠안을 화살이 많으나 구자철과 곽태휘에게도 일부가 향한다. 구자철의 넉살과 곽태휘의 책임, 보다 중요해졌다.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