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북·일 합의, 대북한 공조 흔들면 안돼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와 대북한 제재 완화에 전격 합의했다. 양측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지난 26~28일 열린 국장급 회담 내용을 그제 동시에 발표했다. 양측은 국교 정상화 및 일본의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 언급했다.
북·일 합의를 바라보는 우리의 속마음은 놀랍고도 착잡하다. 합의 내용과 폭, 속도에서 모두 주변국들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돌출 외교가 던진 깜짝 카드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일본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적극 거론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다. 납치 문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잡아뗀 북한에 맞서 나머지 납치 피해자 12명의 재조사 및 송환을 끈질기게 촉구한 일본의 자국민 보호 자세는 본받을 점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합의 전후 과정과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일본은 2006년 10월의 북한 핵실험 이후 모든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북한 선박 입항을 금지시켰다. 또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일본에서 북한에 보낼 수 있는 돈의 한도를 300만엔으로 낮춰 북한의 재일동포 자금줄을 막는 등 한·미국과 함께 대북 제재에 공조를 이뤄 왔다. 북핵 문제와 무력 도발에 관한 한 우방국 및 유엔의 제재에 호흡을 맞춰 온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고립 탈피와 김정은 독재정권의 생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될 이번 합의를 일본은 기습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교섭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아베 총리가 발표하기 직전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했을 뿐이라는 후문이다. 납치자 문제라는 인도적 차원의 논의를 앞세운 일본의 돌출 외교가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을 부를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국교 정상화까지 거론할 만큼 일본이 북한에 파격적 선물을 제시한 이면을 정부는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대북 관계는 물론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중국과의 외교에도 이번 합의가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서다. 북한의 끊이지 않는 군사적 도발과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성급한 대북 제재 완화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음을 정부는 일본에 인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협의 과정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거듭 촉구해야 한다. 공조의 틀을 벗어난 형태로 북·일 합의가 진행된다면 이는 사상 최악으로 내몰린 한·일 관계를 망칠 또 하나의 폭탄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