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화법은 잘못되었다. 경제 및 정치와 관련된 논의를 하다 보면 '더 많은 민영화, 더 많은 규제 완화, 더 많은 사회복지제도의 축소' 또는 '더 많은 규제, 더 많은 정부 개입, 경기 부양을 전제로 한 재정적자' 간의 양자택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20세기의 논의 방식으로 21세기의 세계에는 더 이상 적절치 않다."
왜 똑같은 병폐는 반복되는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가? 세월호 대참사는 무엇이 원인이었나? 미국과 유럽 주요 기관의 회전문식 인사체계는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질문은 쉽지만 답은 수천가지다. 답이 있긴 하지만 어느 한가지가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일게다. 드러난 문제 역시 빙산의 일각이고 명쾌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빙산이 잠겨있는 심연을 들여다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오토 샤머(Otto Schamer) 부교수는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U 이론'을 통해 찾아보길 권고한다. 그가 만든 이 이론은 사람이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표면적인 현상 또는 아이디어로부터 심화해 실행하기까지 'U'자 형태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기업가나 정부 관려중에선 애플의 전 CEO 스티브잡스처럼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기업가, 구 소련 시절 2700기의 미사일에서 핵탄두를 제거해 공산주의를 해체시킨 미하일 고르바쵸프 전 대통령 등이 바로 이 단계를 거친 사람들이다.
현상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단계가 'U'자 형태의 가장 윗부분에 있다면 사고의 흐름을 늦추고 본질을 파악해 깨달음을 얻는 단계가 바로 'U'자 형태의 밑부분에 해당한다. 저자는 이 깨달음을 프리젠싱(Presensing)이라는 신조어로 명명했다. 현재(present)에서 미래를 감지(sense)하는 능력이다. 이 깨달음을 현실화해 실행하는 것이 바로 U이론의 완성이다.
어찌보면 선문답같다. 샤머 교수는 이 이론을 정치, 경제, 사회, IT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독자들을 이해시킨다. 각 분야에서 나타는 혁신, 여러 국가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사례를 통해 어떻게 U이론이 실제로 발현됐는지 소개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문장 곳곳에서 자연스레 우리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의 문제점과 대입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 재난, 이집트, 리비아 등의 국가 통제시스템이 붕괴되는 사례 등을 제시하며 구조적 괴리를 꼬집는다. 이같은 괴리는 현재 만들어진 국가 시스템이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조성하는데서 온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의사결정자들이 자신의 선택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피드백이 없거나 늦어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책속에선 U이론을 이용해 국가 경제가 1단계 체제에서 4단계 체제까지 업그레이드돼 가는 과정도 친절히 안내한다. 부조리함과 경직된 사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티핑포인트 펴냄. 엄성수 옮김. 이명호 감수. 436쪽/1만7000원.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저자 소개
오토 샤머 교수는 리더십을 연구하기 위해 세계 150명의 리더들을 인터뷰하던 중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면 공간'의 작용을 파헤쳐 U이론을 완성했다. 이후 8년간 현장에 이론을 적용해 효과를 입증했다. 그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과 유럽, 미국 등지의 혁신가들을 연결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리더십 모델을 개발중이다. 구글, 중국의 인터넷기업 알리바바닷컴, 회계감사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을 상대로 리더십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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