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전산교체 ‘전면 보류’…물러선 사외이사 ‘왜?’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사외이사는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전산시스템 교체를 잠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던 이 행장과 사외이사들은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의 검사로 번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각각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섰다.
31일 새벽 김중웅 국민은행 의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하며, 현재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수검중인 점을 고려해 결사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유닉스 기종 전환 절차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하자는 안건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작업은 잠정 중단된 셈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저녁 감사위원회에 이어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오후 8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앞서 국민은행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주재로 경영협의회를 열고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키로 결정했다. 경영협의회에는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 각 본부 본부장(임원)들이 참석했다. 사외이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장이 제기한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조차 받지않겠다던 사외이사들이 전산시스템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은행 내홍이 금융감독원의 대대적인 검사로 확대되는 등 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정 감사위원은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서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 이견을 제기했으나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 감사위원은 금융감독원에 이를 중대사안으로 보고했다. 금감원은 현재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 대한 긴급 겸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행장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대립으로 번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이 같은 입장에서 이견을 제기한 반면 임 회장은 이사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이 행장과 임 회장의 대립으로 굳어지자 “국민은행 내부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던 임 회장은 지난 26일 국민은행을 방문해 “30일 임시이사회에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라는 강력한 사인을 보낸 것이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에 대해 노동조합이 이 행장과 임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사외이사들이 끝까지 의견을 고집하지 못한 이유가 됐다. 노조는 긴급이사회가 열렸던 지난 23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기자회견을 가지고 최종책임 당사자들의 자진사퇴 의지 표명을 촉구했다.
이 행장은 23일 노조를 만나 이사회와의 갈등에 대해 “국민은행 직원들이 우려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노조 측은 이날도 성명서를 내고 “은행장은 직원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했지만, 사퇴 표명이라는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지주 회장은 발을 빼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비난했다.
결정적으로 사외이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업체 선정 불발이었다. 전산시스템을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위한 아웃소싱 업체 선정이 IT업체의 참여율 저조로 유찰되면서 전산시스템 교체 가능성이 축소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국민은행은 주 전산시스템을 기존의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위해 아웃소싱 업체 선정 입찰을 지난 21일 마감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내홍으로 전산시스템 교체 자체가 불확실해지자 IT업체들이 대거 참여하지 않아 SK C&C 단독참여로 유찰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29일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추가로 참가한 업체는 없었다. 국민은행이 수의계약으로 SK C&C와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전산시스템 교체는 사실상 무산됐다.
전산시스템 교체 일정이 늦춰질 경우 현재 계약사인 IBM과의 계약이 끝나는 내년 7월까지 전환 작업을 완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정이 늦춰지면 내년 7월까지인 계약 종료 시기까지 전환을 완수할 수 없어 기존 IBM과의 계약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최소 13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감독원 검사가 진행중이니까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하게 접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일단 4월24일 이사회 의결에 의해 업체 선정하는 것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