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전산교체 ‘보류’…“검사결과 지켜보자”(종합)
KB국민은행은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장시간의 격론 끝에 금융감독당국의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산시스템 교체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31일 새벽 김중웅 국민은행 의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경영협의회 의결을 존중하며, 현재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수검중인 점을 고려해 결사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유닉스 기종 전환 절차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저녁 감사위원회에 이어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오후 8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12시40분까지 약 4시간 동안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이 행장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단 지난달 24일 이사회 의결에 의해 업체를 선정한 것은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행장은 “경영협의회에서 공개입찰을 하는 방안 등 여러 안이 나왔다”며 “교체가 늦어질 경우 기회비용이 늘어나는 부분도 감안해 논의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은행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주재로 경영협의회를 열고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키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경영협의회의 안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감사위원은 “금감원에서 이번 검사에 대해 큰 방향이 서면 그때 경쟁입찰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미 한개 업체만 입찰해서 수의계약은 어렵기 때문에 경쟁입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가 무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본 이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다시 진행한다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내년 7월까지인 IBM과의 계약 종료시기까지 전환을 완수할 수 없어 IBM과의 계약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을 위해서는 최소 13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를 백지화시키는 대신 정 감사위원이 제기한 특별감사보고서는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외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특별감사보고서 내용을 청취키로 했다. 의견을 청취한 후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경쟁입찰을 다시 추진한다는 안건이 통과되면서 특별감사보고서에 대한 논의는 물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전산시스템 교체 자체가 무산된 가운데 교체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들춰 잘잘못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정 감사위원은 이사회의 감사보거서 채택 여부에 대해 “금융감독원 결과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감사보고서는 중요하지 않다”며 “금감원 검사 결과에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의 의혹들이) 함축돼 나올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내홍은 이번 이사회 결과에 따라 봉합 양상을 띄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과 사외이사의 갈등이 지배구조의 취약성으로 대두되면서 지배구조에 메스를 댄 금융당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자회사의 사외이사 선임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자회사 경영에 지주사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주사법에 때르면 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는 사외이사를 둘 필요가 없어 전산시스템 교체로 논란을 빚은 국민은행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일순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발표할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벌어진 국민은행 사태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열린 금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 사태는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사례”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잇는 요소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의 이사회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은행과 KB금융에 대한 검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국은 시스템 자체의 결함 부분보다 경영결정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 이사회가 입찰을 다시 하기로 한 것과 상관없이 검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결론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주 전산시스템을 기존에 사용하던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은 이사회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서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이견을 제기했으나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정 감사위원은 금융감독원에 중대사안으로 보고했다. 금감원은 현재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 대한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