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경제혁신 100일, 손에 잡히는 게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05 17:47

수정 2014.06.05 17:47

정부가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행 100일을 맞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중간 점검했다. 지방선거와 초대형 재난에 발목 잡혔던 국가적 어젠다를 경제로 되돌리고, 개혁 드라이브의 고삐를 다시 조인다는 점에서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자리였다. 현 부총리는 회의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59개 세부 실행 과제에 대한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과제들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혁신 국민점검반이 점검한 결과 여성 고용확대의 핵심과제인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인지도가 아직 낮지만 기업과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나라 살림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현 부총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날 발언엔 틀린 것이 없다.

눈앞의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작업을 앞장서 이끌어야 하는 처지에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을 심어주는 것은 해선 안될 일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후 정부와 국민이 온통 비탄에 잠기고 구조와 사고 수습, 재난대책에 매달렸던 점을 감안할 때 현 부총리의 인식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0대 추진과제 중 내수기반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 공공부문 개혁 등을 놓고 본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민생활 안정과 내수 활력을 위해 주택매매시장 정상화및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혼란에 빠지고 거래마저 끊겼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에도 불구, 대출의 질은 더 나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5개 공공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지만 대다수가 복리후생비를 잘라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개년 계획의 100일 성과를 거의 낙제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 나아가 경제팀의 개각이 필요하며 가장 먼저 개각대상이 돼야 할 부처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꼽을 정도다. 혁신은 차치하고 악재가 수두룩한 나라 경제를 생각한다면 충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 오전 30대그룹 사장단과 만났다. 선거일 직후이자 정치권에서는 흥분과 여진이 계속될 시각이었다. 만남의 목적은 하나였다. 기업들이 당초 계획했던 투자를 조기집행하고 고용을 늘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경제 부총리가 선거 후 의당 해야 할 첫 번째 행보였다.

최근 약 2개월간의 한국 경제는 구심점과 성장 동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수가 가라앉고 기업들이 투자의욕을 잃은 상태에서는 혁신을 강조해 봤자 나홀로 구호에 그칠 것이 뻔하다.
현 부총리의 경제팀은 겉으로 드러날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3개년 계획을 짤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한 자세로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고도 치밀하게 따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잡으려다가는 어느 한가지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