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 6월이 돌아왔다.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이 시기는 '장밋빛'을 띠는 로제 와인이 잘 어울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차갑게 해서 즐기는 로제 와인은 대부분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마시기 때문에 상쾌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알코올 도수도 낮아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로제와인 인지도는 높은 편은 아니지만 와인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초여름부터 가장 많이 찾는 와인이기도 하다.
■로제와인이란
'로제'란 프랑스어로 '분홍빛'을 뜻하는 말로 로제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색'이다. 그 색은 포도의 품종과 양조방법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져 엷은 연어색, 호박색, 진한 분홍 등 다양하다.
로제 와인은 양조 과정에서 포도즙과 껍질이 반응하는 시간을 줄여 탄생한다. 샴페인을 제외한 로제와인은 레드와인과 마찬가지로 적포도로 만들어지는데 양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포도를 짜서 즙과 껍질을 분리한 뒤 발효를 진행하거나, 레드 와인처럼 포도를 통째로 넣고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껍질을 분리하는 방법을 거친다.
로제와인의 맛은 포도의 당분을 모두 발효해 드라이하게, 발효를 도중에 중단해 달콤하게 만들기도 한다. 쌉싸름한 맛을 내며 감칠맛을 주는 로제 와인도 만나볼 수 있다.
■드라이한 와인 매콤한 음식과
로제와인을 맛있게 마시려면 칠링(chilling·차게 하는 일)해서 마시는게 좋다. 와인마다 다르지만 8~11도 정도면 로제와인 특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로제와인을 육류와 함께 먹는다면 와인 온도를 15도가량으로 높여 마시는 것이 좋다.
높은 온도는 와인 속 타닌을 잘 드러나게 해 음식과 좋은 궁합을 만들어낸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드라이한 로제 와인은 참치나 연어 등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아울러 매콤한 중식요리나 해물찜 등과 같이 마시면 매운 맛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여름철 주요 식재료인 토마토, 감자, 오이, 가지 등을 이용한 차가운 요리와 좋은 궁합을 나타낸다. 이 밖에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과도 잘 어울린다.
드라이한 와인으로 '두르트 뉘메로엥 로제는 보르도'는 AOC 등급에서 보기 드문 로제와인이다.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의 적포도를 으깨 껍질째 포도즙에 6시간 정도 담가놓았다가 포도즙이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때 껍질을 제거하고 포도즙과 앙금(Lee)을 함께 발효해 만들었다. 상큼한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느껴지는 와인으로 식전주는 물론 연어나 크림파스타, 고르곤졸라 피자 등의 음식과도 좋은 매칭을 이룬다.
그르나슈를 주 품종으로 남프랑스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클래식 루베롱 로제(750mL)'가 있다. 이 와인은 최고급 로제 와인 양조 방식인 '세녜(Saignee)' 방식으로 양조된다. 과일 본연의 산뜻하고 신선한 맛과 향이 느껴져 초밥이나 신선한 해산물 바비큐와 잘 어울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캐년로드 화이트 진판델'은 딸기와 체리, 수박 등 과일의 달콤한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으로 알코올 도수도 9%로 비교적 낮아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와인이다. 매콤한 중식요리나 아구찜, 해물찜 등과 같이 마시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스파클링은 달콤한 디저트와
스파클링 로제와인은 과일·케이크 등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디저트 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저트에 달콤한 와인을 곁들이면 너무 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와인에 산도가 있어 디저트의 느끼함을 잡아준다"면서 "다만 스파클링와인보다 덜 달콤한 디저트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달콤한 느낌과 부드러운 거품을 가진 '베시토스 로제'가 있다. 이 와인은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중심부에서 생산됐으며 달콤한 산딸기 향과 꽃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케이크, 열대 과일 등과 잘 어울린다.
'바바 로제타'는 이름과 레이블에 장미를 전면으로 내세운 일명 '장미와인'이다. 이탈리아 북서부 아스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야생장미향을 지닌 말바시아 품종으로 만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로제타는 알코올 도수가 5.5%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8~10도로 마실 때 로제타 특유의 감미로운 장미향과 과일향의 조화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아스티의 발레벨보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발레벨보 베르미 글리오'는 레드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양조한 발포성 와인이다. 일반 화이트 발포성 와인과 비슷한 기포를 갖고 있으나 약간의 무게감이 더 느껴져 달콤하면서도 풍부한 향과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8~10도 정도로 차게해 초콜릿 등 디저트와 함께하면 잘 어울린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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