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황혜민-엄재용 “지젤 좋아하는 이유, 끝도 없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48

수정 2014.06.11 17:48

▲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아래)-황혜민의 '지젤' 공연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아래)-황혜민의 '지젤' 공연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남편은 "발레단이 집이다. 진짜 집에선 잠만 잔다"고 했다. 아내도 맞장구를 쳤다. "발레단에 와야 화장실을 갈 수 있어요. 발레단 자판기 커피를 마셔야 하루가 시작됩니다."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 간판 무용수 엄재용(34)·황혜민(35) 부부에게 발레단은 가정이자 밥이자 친구다.

두 사람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UBC 역사 거의 반을 함께했다. UBC 무용수 중 최고참인 엄재용은 올해로 입단 15년차, 황혜민은 13년차. 두 사람 이름을 빼면 UBC 선수 진용은 꽤 허전해진다. UBC와 '엄-황' 커플, 이들은 세트 같다.

학창시절 예비 스타로 꼽혔던 둘은 서로 존재를 알긴 했지만, UBC 입단 전까지 한지붕 아래에서 마주한 적은 없었다. 발레단에서 비로소 애틋한 감정을 키워 10년 연애 끝에 2년 전 결혼에 골인했다.

황혜민은 입단 이듬해인 2003년 발레 '지젤' 주역을 처음 맡았다. 엄재용은 그때 본 '황혜민 지젤'을 잊지 못한다. "제가 본 최고의 지젤이었어요. 처음 한 지젤이었는데 처음 한 것 같지가 않았어요. 혜민이는 연습 때도 실제처럼 해요. 집중력이 엄청납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제가 지칠 정도예요."

황혜민은 발레 모든 레퍼토리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지젤'이다. 드라마의 결을 잘 살리는 그는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 지젤의 성향과도 잘 맞다. '지젤'은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를 사랑한 순박한 처녀에서 출발해 청년의 배반으로 광기 어린 여인이 됐다가 다시 위기에 빠진 알브레히트를 끝까지 지키며 변신을 거듭한다. "음악이 대사 같아서 음악 해석을 잘해야 해요. 연기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가슴 속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거울 보고 연습하는 게 다가 아니라 상상을 잘해야 합니다." 황혜민은 문훈숙 단장의 '지젤'을 교본으로 삼았다고 했다.

상대역 알브레히트는 2막 마지막 25분 불꽃 같은 테크닉을 발휘한다. 제자리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빠르게 발을 교차한 뒤 내려오는 동작 앙트르샤 시스를 엄재용은 한번에 40회 이상 해낸다. "알브레히트는 1막과 2막 초반까지 하는 일이 많지 않아요. 2막에서도 시작 후 20분이나 쉬다 나옵니다. 하지만 2막 첫 등장부터 중요해요. 지젤에 대한 미안함, 자책감, 그때 다 표현합니다. 음악도 기가 막힙니다. 그 뒤 25분 동안 폭풍처럼 몰아서 다 보여줘요." 엄재용은 "여유 있다가 갑자기 숨차고 힘들어지는 캐럭터가 알브레히트"라며 껄껄 웃었다.

두 사람은 무대에선 정열의 무용수로 혼을 다 빼지만, 평소엔 소탈한 말투에 차분한 성격이다. 부부라서 닮았다기보다, 닮아서 부부가 된 게 아닐까. 무용수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부부는 천천히 쉬어 갈 준비도 한다. 황혜민은 출산을, 엄재용은 가장의 책임을 요즘 주제로 삼고 있다며 서로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이들이 출연하는 '지젤'을 곧 볼 수 있다. UBC는 1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지젤'을 무대에 올린다.
UBC 무대는 푸른 달빛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무도 큰 볼거리다. 이 공연으로 강미선, 김채리, 이용정은 처음 지젤로 데뷔한다.
국립발레단 출신 김주원은 UBC 상임 객원 수석무용수 자격으로 무대에 선다. '엄-황' 커플이 출연하는 날은 15·17일. 5000∼10만원. 1544-1555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