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시장에도 진출하고 싶습니다."
국내시장 첫 한일롱숏펀드를 운용하는 정병훈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매니저(사진)는 16일 "우리나라도 시장이 선진화된 만큼 해외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6년 메릴린치 홍콩법인에서 아시아 헤지펀드를 담당한 정 매니저는 1세대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한 롱숏펀드 전문가로 꼽힌다.
롱숏펀드는 오를 종목을 매수(롱)하고 내릴 종목을 매도(숏)하는 전략을 취해 6~8%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헤지펀드의 일종이다. 종목 선정뿐 아니라 매수·매도 포지션의 '양날의 칼'을 사용해 매니저 역량이 어떤 펀드보다 중요하다.
정 매니저가 운용하는 KB코리아롱숏펀드(지난해 12월 설정)와 KB한일롱숏펀드(2월 설정) 누적수익률은 에프앤가이드(11일) 기준 각각 3.90%, 2.88%다.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6~7% 수준이어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한일의 롱숏펀드를 운용하는 등 한·미·일 시장흐름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일본은 큰 그림으로 아베노믹스가 지속되면서 턴어라운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연구개발(R&D)에 힘쓴 도요타 등 자동차주가 선전하고 타어어주도 수혜를 본다고 했다. 정 매니저는 "도요타의 캠리는 쏘나타보다 경쟁력 있어 보이고, 엔화 환율도 우호적이어서 한때 영업이익 2.5%에서 10%로 올라왔다"면서 "현대차도 주가가 주춤했지만 신차가 계속 나오고 미국 등 글로벌 턴어라운드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정보기술(IT)은 하향 추세여서 주가가 좀 오른 종목은 숏 포지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술개발이 더딘 소니는 삼성, LG에 이미 추월 당했다.
미국은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다. 과거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 제품이 잘 팔렸는데 지금은 오바마의 미국 제조업 유턴 정책에다 엔화 약세로 일본업체가 커져 한국은 이중고다.
롱숏펀드는 KB자산운용의 대형주 애널리스트 6명, 가치주 애널리스트 4명과 협의해 종목을 발굴한다.
정 매니저는 "기업 탐방과 내부 리서치를 주로 활용해 오버 밸류, 언더밸류 업체를 찾는다"면서 "일본 투자는 철저히 외국인의 입장에서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려 애쓴다.
메릴린치 시절 한국시장 투자도 외국인의 관점에서 했다"고 말했다.최근 롱숏펀드 쏠림현상에 대해서도 성장통이 지나면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매니저는 "롱숏펀드는 롱과 숏 투자 양쪽이 다 맞으면 화려하지만 다 틀리면 손실이 두 배여서 항상 신중하다"면서 "트레이딩을 적게 하며 목표가를 6개월~1년으로 산정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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