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의 브라질월드컵 테마 응원가가 ‘우익적’ ‘군국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된 가운데 이곡을 부른 가수가 NHK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올 초, NHK 경영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측근이 대거 임명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주간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 11일 싱글 ‘닛퐁(Nippon)’을 발매한 여성가수 시이나 링고(椎名林檎)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NHK에서) 구체적으로 주문이 있었다. 내 색깔을 내지 않고 그것을 충실히 담아서 만들고 싶었다”며 응원곡 제작에 NHK가 관여했음을 밝혔다.
NHK 측은 이에 대해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고 전하며 응원가에 대해서는 “일본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어하는 시이나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 곡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는 처음부터 펄럭이는 일장기와 ‘NIPPON’이란 글자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노래도 ‘만세! 만세! 쾌청’ ‘건배! 건배! 자 출전’ 등 용맹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일본의 응원가여서 일장기는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팀 컬러에서 순종성을 강조하는 듯한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섞인 것이 없는 고귀한 파랑’,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神風)를 떠올리게 하는 ‘저 세상으로 가지고 갈거야. 지상(至上)의 삶 지상의 절경’ 등의 가사가 펄럭이는 국기 아래에서 사용돼 여러 가지 억측을 나오게 한다고 아사히는 진단했다.
곡의 후반부에는 있는 “아, 또 갑자기 접근하고 있는 희미한 죽음의 냄새로, 이 순간이 점진적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는 가사도 죽음을 미화한 가미카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축구와 차별문제에 정통한 저널리스트 세이 요시아키(清義明)는 “축구는 민족과 문화가 혼재돼 있는 상징이다”며 “일본 대표로 여러 외국인이 일본 국적을 취득한 뒤에 동료와 싸운 적도 있다. 최근에는 우라와 레즈의 일부 서포터들이 ‘재패니즈 온리(일본인만)’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며 일본 축구계에 불고있는 우익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NHK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는 물론 중계방송, 하이라이트나 관련 뉴스 보도 등에서도 이 노래를 테마 응원곡으로 내보냈다.
한편 NHK의 모미이 가쓰토(70) 신임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회견에서 일본군 종군 위안부와 관련, “전쟁을 한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고 말하며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파문을 일으켰다.
가쓰토 회장에 이어 햐쿠타 나오키 NHK 경영위원은 지난 2월 선거 거리 유세에서 “1938년 장제스(蔣介石)가 일본이 난징대학살을 저질렀다고 선전했지만 전세계 국가들은 이를 무시했다.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고 망언을 했다.
아베 총리가 모미이 회장을 지명했고, 모미이 회장을 감독하는 햐쿠타 위원은 아베 총리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에서 NHK 내부에서 아베 총리를 향한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당시에 제기됐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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