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술주고 밥 줄게” 노숙인 유인해 요양병원 강제 입원

뉴스1

입력 2014.06.26 13:01

수정 2014.06.26 13:01

“술주고 밥 줄게” 노숙인 유인해 요양병원 강제 입원


“술주고 밥 줄게” 노숙인 유인해 요양병원 강제 입원


“팔 다리를 묶어 코끼리 주사를 맞추고 영양제로 간신히 살려 놓더라. 그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지난 3월 영등포역에서 노숙을 하던 A(46)씨는 “밥도 주고 술도 주고, 재워도 주겠다”는 말에 난생 처음 본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몇 시간 후 A씨가 도착한 곳은 강화도에 위치한 B요양병원이었다.

앞서 몇 차례 요양병원에 강제로 입원됐다 탈출한 경험이 있는 A씨는 B병원 측에 ‘퇴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B병원은 3개월이라는 기간이 채워지지 않았다며 A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단식에 돌입하며 항의했고 병원은 그런 A씨를 독방에 감금했다. 그리곤 팔과 다리를 묶은 채 신체기능을 억제하는 마취제의 일종 ‘코끼리 주사’를 투여했다.

A씨는 “3, 4일을 굶기다 간신히 영양제 주사를 투여해 나를 살려 놓더라”며 “병원에 가본 사람만 안다. 교도소와 같던 그곳은 절대 병원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퇴원조치된 A씨는 강화도에서 서울역까지 꼬박 하루 반나절을 걸어 도착했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26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노숙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B요양병원에 대한 실태를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조속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B병원은 거리 노숙인들을 술과 잠자리, 밥 등으로 유인해 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있다”며 “질환이 없는 노숙인에게 ‘질환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키거나 일부러 술을 마시도록 하는 등 건강한 사람을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위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리 노숙인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킨 B병원은 진료비 부당청구 금지, 교통편의 제공 금지 등 관련법률을 비웃듯 지금도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B병원은 법률로 금지한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을 면제처리까지 하면서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은 “해당 병원은 ‘보호사’라는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성을 고용해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며 “보호사들은 환자를 길들이기 위해 신체억제대를 임의로 사용하며 환자를 폭행하고 독방에 감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 B요양병원에 강제로 입원했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병원을 찾은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이 서울역광장인지, 병원인지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낯익은 얼굴들이 병원 로비에 가득했다”며 “일반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지만 이곳에선 ‘무료 배식소’처럼 환자들이 배식을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또 해당 병원 병실에 “‘일주일에 담배 3갑. 커피믹스 5개 제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며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병원에서 담배를 제공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비난했다.

전날 복지부에 B요양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한 이들은 “복지부가 어물쩡거리는 사이, 어제도 B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서울역에 나와 노숙인들에게 술을 주고 있었다”며 “나라 돈이 줄줄 새고, 환자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데도 복지부는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복지부는 돈벌이에 눈이 멀어 노숙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B요양병원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노숙인을 유인하는 요양병원의 이같은 문제는 열악한 노숙인 복지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노숙인 복지와 의료지원체계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