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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EU행 정차역’ 동유럽 진출 러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6 17:15

수정 2014.06.26 17:15

국내은행 ‘EU행 정차역’ 동유럽 진출 러시

국내 은행들이 동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유럽 경기가 악화되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폴란드, 터키, 헝가리 등 동유럽 시장으로 투자자본이 이동함에 따라 향후 성장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들은 국내 기업들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동유럽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금융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기업 영업을 발판 삼아 현지시장 공략에 나서야 하는 국내 은행들 간의 과도한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유럽 시장 선점하자"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의 현지 은행들과 '코리아데스크' 설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리아데스크는 현지 은행점포에 일정 공간을 빌려 한국 고객들의 금융수요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은행들은 통상 사무소 개설에 앞서 시장조사 및 경험 등을 목적으로 코리아데스크를 운영한다. 지난해 하반기 폴란드와 터키 시장조사를 위한 글로벌 전문인력을 파견했던 우리은행은 이 시장에서의 금융수요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현지 은행과의 업무협약(MOU) 방안을 택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많다 보니 동유럽 시장이 은행들에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이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진출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달 초 터키 IS은행과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 및 현지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과 상호협력 방안을 내용으로 한 전략적 MOU를 맺어 코리아데스크를 오픈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동유럽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국내 은행 최초로 폴란드에 사무소를 오픈했으며, 이 사무소를 통해 국내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는 체코, 슬로바키아 등 까지 아우른다는 방침이다. 또 터키 시장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내부적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외환은행이 지난해 터키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폴란드 사무소 개설을 검토한 바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슬로바키아점과 터키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이미 제조업이 많이 넘어간 상태에서 독일, 영국 지점에서 동유럽 시장까지 담당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국내 은행들이 동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삼성,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이미 동유럽에 진출해있는 만큼 향후 중소기업들의 금융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은행 간 출혈경쟁 우려도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동유럽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을 두고 은행 간의 과도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지 영업기반이 없는 국내 은행의 경우 진출 초기 국내기업들 유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현지화된 제조업 기업들은 현지은행들로부터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국내 은행 간의 '파이 나눠먹기 식'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국내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폴란드 진출을 계획했던 수출입은행은 국내 금융사에 대한 여신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 지난해 파견했던 주재원을 철수시켰다.

시중은행 글로벌 사업 담당 부행장은 "국내 기업들이 본점에서 직접 자금조달을 해 운영하거나 현지 은행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한국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아 사업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국내 은행 간 출혈경쟁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지 규제 및 현지 은행과의 경쟁 등 영업환경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해 한화그룹은 1996년부터 17년간 운영해 온 '헝가리한화은행'을 현지 제조업체에 매각했다.
현지 규제와 경제사정 등으로 적자를 견디지 못한 결정이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