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기적을 바랐던 시민들 “열심히 싸워줘서 고마워요”

신아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7 17:59

수정 2014.06.27 17:59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대 0으로 져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27일 오전 대규모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아쉬움 속에 광장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대 0으로 져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27일 오전 대규모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아쉬움 속에 광장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마지막 희망을 품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결국 아쉬움만 안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1무 2패'라는 기대에 못미친 성적표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시민들은 또다시 4년 후를 기약하며 마지막 월드컵 거리 응원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이 열린 27일 오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거리응원을 나온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했다. 앞서 두 차례 예선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곳에 모인 시민 1만8000여명은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전반 내내 한국 대표팀이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자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는 점점 더 타올랐다. 골키퍼 김승규 선수가 벨기에 공격진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자 "김승규! 김승규!"라는 외침이 광장을 메웠다. 전반 종료 직전 벨기에의 스테번 드푸르 선수가 반칙으로 퇴장당하자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등 응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교회 친구들과 함께 거리 응원을 나온 구종성씨(29)는 "경기력 자체에서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한 골 정도 내주고 3대 1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반전 들어서도 활발히 경기장을 누비는 대표팀을 향한 응원은 계속됐다. 그러나 후반 32분 벨기에의 얀 베르통언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강수현씨(21)는 "희망이라기보다 기적을 바랐는데 그 기적마저 사라졌다. 세 골은 넣어야 16강에 갈 수 있는데 오히려 한 골을 허용하다니…"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동기와 광장을 찾은 김윤길씨(20)는 "선제골이 들어간 순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앙을 너무 쉽게 허용한 수비와 골 결정력이 부족한 공격이 가장 아쉽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각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응원현장에서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3만2000여명이 거리를 찾았지만 선제골 허용 후 시민들이 우수수 자리를 떴다. '전반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쳐 아쉽다' '홍명보호 최악의 졸전' '속이 터진다'와 같은 불만섞인 소리도 새어나왔다. 이후 추가 득점 없이 벨기에의 1대 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시민들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끝까지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를 향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한소예씨(27)는 "알제리전 때는 경기 자체가 실망스러웠지만 오늘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준 대표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교복 차림으로 응원을 나온 이혁주군(18)은 "오늘 경기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진작 이런 플레이를 했다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학교로 향했다.
옆에 있던 김동훈군(18)은 "벨기에에 스타플레이어도 많아 한국의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념하러 왔다"며 4년 후를 기약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김종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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