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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홍명보 호에 남긴 상처와 좌절 ‘풀어야할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7 20:25

수정 2014.06.27 20:24

▲ KBS 중계화면 캡쳐
▲ KBS 중계화면 캡쳐

2002년 신화의 주인공이 빠진 첫번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좌절을 맛봤다.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전반전을 0대 0으로 마쳤지만 후반전 얀 베르통헨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벨기에에 0대 1로 패했다.

대표팀은 1무 2패의 성적으로 H조 4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16강 탈락을 확정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무승에 그친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만이다. 또한 2002년부터 이어온 월드컵 1승도 끊기게 됐다.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모두 물러난 후 맞이하는 첫번째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감독 또한 2002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캡틴 홍명보였고, 이영표, 안정환, 송종국 등 멤버들이 방송사 중계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하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다. 2011년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악지역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1대 2로 패한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 당시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감독 경질로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조광래 감독이 물러난 후 지휘봉을 잡은 최광희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맡는다'는 조건으로 감독직을 수락했고,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전에서 0대 1로 패한 뒤 축구협회에 사의를 표했다.

4년 동안 팀을 구성해 준비를 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음에도 대회를 1년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부적절한 SNS 언행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 KBS 방송화면 캡쳐
▲ KBS 방송화면 캡쳐

홍명보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슬로건으로 밝히고,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고 있는 선수들을 기용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원칙이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깨졌고, 이는 다시 논란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며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박주영, 윤석영, 김보경 등 런던 올림픽을 함께했던 선수들을 선발했다. 반면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던 이명주 같은 선수들을 제외하며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불안한 조짐은 대회를 한 달여 남겨 놓은 상황에서 치러진 평가전에서 드러났다. 지난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아쉬운 출정식을 치른 대표팀은 지난 10일 미국에서 펼쳐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도 0대 4로 패하며 불안감을 자아냈다.

홍명보 감독은 "평가전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아다. 대표팀의 경기력은 우려를 넘어 실망감을 줬고, 이는 대표팀 자체에 대한 기대감마저 떨어뜨릴만큼 여론이 악화됐다.

18일 러시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표팀은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표팀이 평가전에서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인 반면 러시아는 예상보다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 것이 선전의 요인이 됐다.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실점을 허용한 것이 옥의 티였다.

이 경기 후 박주영의 경기력에 많은 의문 제기와 질타가 쏟아졌지만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 보였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며 감싸기에 바빴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 대한축구협회 제공

23일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는 대표팀이 갖고 있던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된 경기였다. 골키퍼 정성룡의 움직임은 둔했고, 박주영은 무기력했다. 수비 조직력 또한 흔들렸다. 손흥민과 구자철이 골을 기록했고, 교체 투입된 김신욱의 경기력이 희망을 보인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경기에서 패하자 다시 박주영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박주영의 선발 출전이 오히려 10대 11로 경기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박주영을 대신해 투입된 선수들이 맹활약한 것도 그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원인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 전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혔지만 28일 벨기에 전 당일 선발 라인업에서 박주영과 정성룡 대신에 김신욱과 김승규를 투입했다. 비록0대 1로 패했지만 김신욱과 김승규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벨기에 전은 상대가 1명이 퇴장 당해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이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에게 역습과 실점을 허용했다. 홍명보 감독은 용병술과 경기 운영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움을 남겼다.

▲ KBS 중계화면 캡쳐
▲ KBS 중계화면 캡쳐

홍명보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말처럼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무대다.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실력을 증명한 셈이다.

더 이상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아 축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이라는 허울좋은 타이틀에 만족하기엔 한국 축구가 아시아 축구에 가져야할 책임감은 막중하다.

월드컵 기간이 끝날 때마다 제기되는 K리그에 대한 관심 촉구와 유소년 축구 활성화 등이 뻐꾸기 시계 소리처럼 들려오지만 정작 4년 후엔 달라지는 건 없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민해야할 문제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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