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비디오가 중국 공안이 영국계 대형 제약사의 뇌물 비리를 밝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리베이트 혐의로 1년간 조사를 받던 다국적 제약 회사는 고위 간부가 연루된 섹스비디오의 존재를 인정하며 궁지에 몰렸다.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고위 임원들은 지난해 3월 의문의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 회사는 2달 전에도 내부 비리 혐의를 폭로한 메일을 받은 터였다. 메일은 회사의 판매 및 마케팅 활동에 ‘만연한 부패’를 통렬히 비난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2번째 메일을 확인한 결과 협박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메일에는 이전과 동일한 협박은 물론 당시 GSK 중국지사 대표 마크 레일리의 섹스 비디오가 첨부돼 있었다.
그의 상하이 자택 침실에 몰래 설치된 카메라가 중국인 애인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레일리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었다.
레일리 대표는 비디오의 출처와 협박범을 밝히기 위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사설탐정 피터 험프리를 고용했다. GSK는 섹스비디오를 보안 위반으로 간주해 험프리의 고용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사도 내부고발자 찾기 위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영국인 사설탐정의 조사는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게 했다. 당시 험프리가 지목한 협박범은 2012년 GSK를 퇴사한 비비안 쉬였다.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딸인 그는 불만을 갖고 회사를 나갔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안은 험프리와 미국 국적인 부인 유 씨를 체포했다. 두 사람의 혐의는 중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적 정보 수집이었다.
불똥은 GSK로 튀었다. 두 사람이 GSK와 연관된 것을 알게 된 공안이 회사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갔다.
10개월간 진행된 수사 결과 회사가 저지른 1550여억원 규모의 리베이트 혐의가 포착했다. GSK는 제품의 판매 증진을 목적으로 현지 의료 기관 및 의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섹스비디오의 당사자도 ‘후폭풍’을 맞았다.
지난 5월 공안은 부하 직원을 통해 뇌물을 사주한 레일리 대표의 혐의를 적발했다. 그를 포함해 GSK 직원 46명이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망에 오른 상태로 전해졌다.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레일리는 이 일로 부인으로부터 이혼을 당했다.
지난 7월 험프리의 체포로 시작된 중국 공안의 수사는 1년째 현재 진행 중이다. 자국 대형제약사의 부패 혐의가 밝혀지며 영국 당국도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영국 부정사건수사국도 지난 5월 GSK의 비리와 관련된 조사에 착수했다.
섹스비디오까지 나오며 더욱 곤경에 처한 GSK는 29일 성명을 통해 섹스비디오의 존재를 인정하며 “이번 사태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으며 결과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만약 이 회사의 뇌물 수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중국뿐 아니라 영국, 미국에서도 형사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SK에 대한 중국 당국의 수사가 ‘외국기업 때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1) 이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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