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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3부·2) 건축 폐기물, 공사현장 이외서 분리하면? “불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1 17:08

수정 2014.07.01 17:08

한 건설폐기물 재활용 업체 사장은 환경부 담당 과장을 건설공사 현장으로 끌고가다시피 데려갔다. 그리고 눈으로 직접 보라고 했다. 건설 공사장에서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현장에서 재활용 자재를 분리한 뒤 배출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공사현장에서 일일이 분리해야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돼 있는 것이 현행법이다. 일단 폐기물을 모두 옮겨서 적정 시설이 갖춰진 곳에 모아 분리 배출하는 것이 현실적인데도 법은 이 '분리선별업'을 허용하지 않고 현장 즉시 분리배출만 고집하고 있다. 법이 이러니 수집·운반·보관·처리 과정은 모두 불법이 된다. 담당 과장은 관련 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은 개정되지 않고 국회에서 멈춰 있다.

페트병은 폐기물인가, 자원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자체로 값이 나가느냐를 보면 된다. 페트병, 폐신문지, 캔 등은 곧바로 내다 팔아도 돈이 된다. 그러므로 자원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모두 폐기물이다.

■규제 올가미, 재활용 산업 발전 요원

우리나라 법은 '쓰고 버린 물건'을 모두 폐기물이라고 규정하고 그중 쓸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것을 재활용이라고 한다. 일본 등 선진국이 '무해한 유가의 폐자원'은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보는 시각과 대비된다. 일본은 쓰고 버린 물건이라도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은 별도의 허가 없이 운반,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헌 물건들'을 폐기물이라고 낙인 찍으면 수많은 규제의 올가미에 걸려 재활용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인허가를 받은 업체가 허가 기준에 맞는 방법으로 운반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46가지 폐자원 종류 및 처리방법이 법에 규정돼 있고 나머지는 재활용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예를 들어 '동식물성 잔재물, 음식물류 폐기물, 유기성 오니, 폐식용유라는 폐자원은 자신의 농경지의 퇴비나 자신의 가축의 먹이로 재활용'하라는 식으로 규정돼 있다. 음식물 폐기물을 연료 등 더 좋은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돼도 퇴비나 먹이로 쓰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재활용 업계에서는 '무엇 무엇만 된다'는 식의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국민건강 저해나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는 경우 모든 재활용 방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금지하는 방법만 따로 정해 놓는 '네거티브'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구시대의 법들이 존재하는 한 폐타이어에서 철심을 뽑아내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 자원을 재활용하는 신기술도 빛을 볼 수 없다. 가전제품을 비롯한 생활용품에서 플라스틱과 철재 등 재료별로 분리하는 작업도 불법이 된다.

■부처간 이견에 국회의원 무소신

예컨대 타이어에 들어있는 철심은 자원화 가능한 폐기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소각해버리기 때문에 최종 페기물로 버려진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오랜 시간 고민을 해왔다. 14년 전인 2001년 국회에서 순환경제사회형성촉진 기본법이 발의됐다. 이후 수없이 많은 법안이 제출됐지만 현재까지 제자리다. 현재도 국회에는 무려 6개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자원순환 관련 기본법이 3개, 개별법이 3개 등 6개에 이른다. 법안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대부분 부처간 이견에 국회의원들의 무소신이 결합된 결과다.

폐기물의 관리에 중점을 두는 환경당국과 선진국형 재생 산업을 키우려는 산업당국의 의견이 맞서왔다. 이럴 경우 국회가 미래지향의 가치관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각종 이익단체의 주장에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건설폐기물수집운반협회장 변상남 회장은 "건설폐기물의 경우 전체 폐기물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체계적으로 분리선별할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자원순환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두영 부장 김기석 전용기 최경환 김학재 김미희 예병정 박소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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