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 확정이 금융당국의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정도 미뤄져 8월께 이뤄질 전망이다. 감사원이 임 회장에 대한 제재 근거인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으며 감사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금융당국의 제재 확정을 사실상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번 사안에 대한 금융위 감사 결과를 오는 8월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1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3일 재논의키로 한 임 회장에 대한 제재심의가 이달 중으로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이 KB금융지주가 금융당국 승인 없이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이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금융위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사전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한 임 회장의 제재 수위를 확정짓기 위해 진행 중인 금융당국의 제재심의를 감사원이 감사 권한으로 당분간 유보시킨 셈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융위에 (임 회장의 제재 근거인)유권해석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고 이번 유권해석을 통한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통보했다"며 "감사 사안에 대해 사전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것은 현행법상 강제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임 회장에 대한 제재를 확정지울 경우 위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임 회장에 대한 제재 확정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번 감사는 지난 2월 5일 금융소비자원에서 요청한 공익감사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3월 초에 시작됐다. 감사원 내부 규정상 공익감사청구로 인해 시작된 감사는 6개월 안에 마무리져야 하기 때문에 오는 8월까지 감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감사원에서는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한 현장 감사를 마무리짓고 내부적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담당부서와 피감 기관의 의견 및 진술을 검토하는 내부 조사를 거쳐 감사위원회에 정식으로 안건을 부의해야 하는 절차가 남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어서 감사위원들은 해당 안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과 법률적 검토 등을 거쳐 감사 결과를 확정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감사 진행 경과상 이번 감사 결과가 이달 중으로 확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실제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확정짓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아직 남아 있어 현재 감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초 임 회장에 대한 제재심의를 신속히 마무리하려던 금융당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제재심의위에서도 이월된 안건을 제외하고는 임 회장을 첫번째 진술인으로 참석시키며 제재 확정에 속도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제재심의 진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월 제재심의위 안건으로 올라간 제재안에 대해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당초 계획대로 다음 제재심의위에서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안건에 감사원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가 요청한 공익감사의 취지를 살리기보다 금융당국과 제재 대상자 간 입장차가 명확한 사안에 부적절하게 개입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금융소비자원의 감사청구는 정보유출 기관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해달라는 것이지 임 회장의 제재가 적정한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원래 취지대로 감사가 진행됐다면 금융당국의 제재심의에 외부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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