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은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글로벌 2000대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4조5000억달러(약 4500조원)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면서도 이들 기업의 자본지출(capex)은 지난해보다 되레 0.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기업들의 자본지출은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 줄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오는 201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지출이란 기업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에 투입하는 비용을 가리킨다.
S&P의 이코노미스트인 가레스 윌리엄스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현금을 풀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 이유에서 기업들의 자본지출은 늘지 않았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도 기업들이 자본지출을 늘리지 않자 올해 회복세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올해 신흥시장에서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1990년대 발생한 여러 금융사태 이후 설비투자 등 자본지출을 꾸준히 늘려왔던 신흥국 기업들이 올해부턴 투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자본지출이 직전년 대비 4%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윌리엄스 S&P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자본지출 증가세를 이끌었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최근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원자재 및 에너지 부문에서 자본지출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부터 설비투자에 자본지출을 아끼지 않은 부문이었지만 최근 투자를 철회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P는 BHB빌리튼, 발레, 리오틴토 등 금속.광산업체들의 자본지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페트로브라스, 셰브론, 가스프롬, 토탈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멈췄다는 신호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례로 벤 판 뵈르던 로열더치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투자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투자비용을 90억~370억달러 규모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넘치는 보유 현금을 쓰지 않고 부채를 계속 늘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지난해 글로벌 2000대 기업의 순부채 규모는 11조1000억달러로 지난 2012년(10조2000억달러)보다 약 9% 늘었다.
이 기간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1%에서 24%로 증가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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