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출 중기 적정환율 1086원.. 91%가 “채산성 악화 직격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2 17:50

수정 2014.07.02 17:50

달러대 원화가치가 2일 장중 101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산업계가 환율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이 1095.0원인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원화가치는 달러당 85원이나 상승한 셈이다. 대기업들은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해 피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재무팀에선 추가 환 헤지(회피)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달러화 위주로 결제하고 있고 헤지도 어려워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불황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조선, 정유, 자동차 등 비상

환율하락이 달갑지 않은 대표 업종은 수주산업인 조선업종이다. 수익성 악화는 물론 원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주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내 빅3 조선소는 선박 수주 시 선물환(先物換)거래(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와 원화를 주고받기로 계약한 외환거래) 등을 통해 환 변동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 이 때문에 조선업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했기 때문에 당장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최근 환율하락이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뚝 떨어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원화강세로 수주 경쟁력이 뚝 떨어지는 등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이 엔저를 무기로 국내 조선소와의 수주 경쟁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일괄 수주한 것도 바로 원화강세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가 다소 둔감한 편이다. 환율 하락으로 철광석과 석탄 등의 원자재를 싸게 수입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환율하락을 도외시할 수 없어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수요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수요 자체가 감소되기 때문. 결국 철강업계에 악재인 셈이다.

정유업종은 조선보다 덜하지만 이번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원유 수입에선 유리해진다. 다만 실적 평가 시 환율이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익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올 2·4분기 정유화학업계 실적은 1·4분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최근처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정유사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면서 "판매단가 하락, 재고평가 손실 등을 고려하면 힘들어지는 입장이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종 대표업체인 현대·기아차는 연이은 환율 하락세에 그야말로 비상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환율을 1060원으로 예측했고 현대차는 이보다 보수적인 1050원을 기준으로 사업 전략을 짰다. 하지만 1010원 선마저 붕괴되면서 이 같은 전략도 우습게 됐다.

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자동차산업의 매출은 4200억원씩 감소한다. 현대·기아차 역시 수출 비중이 75~80%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액은 약 2000억원 줄어든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당초 예상보다 매출액이 8000억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왔던 1020원마저 붕괴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수익성 악화라는 고비에 부닥쳤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 해외 생산 확대, 달러 결제 비율 감소 등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환율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다. 해외 주요 지역에 현지 생산거점이 마련돼 있고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한 환 위험성을 분산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환율 대응보다 상품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등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자체 상품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5월 11일 주요 대기업 120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재계 경영진과 실무진들이 답한 바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원.달러 손익분기 환율은 1052.3원이었다.

■수출 중기도 직격탄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중소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 중소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10곳 중 9곳이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91.5%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 답했으며 이 중 59.6%가 '매우 악화', 31.9%는 '다소 악화'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금속.철강(75.0%), 고무.화학(71.4%), 기계(68.8%), 음식료(66.7%) 등의 순으로 채산성(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원화강세로 인해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수출 중소기업들이 예상하는 올해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038.1원, 적정 환율은 1086.3원인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최영희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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