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표류하는 김영란법.. 6월 국회 처리 무산 위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2 17:51

수정 2014.07.02 17:51

박근혜정부가 하반기 본격 드라이브를 걸기로 한 국가개조 및 경제활성화 관련 입법안들이 줄줄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 이어 총리 후보의 잇단 낙마에 따른 인사논란 및 6.4 지방선거에 이은 7.30 재·보궐선거가 임박하는 등 정치관련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리면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려던 국가개조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논의가 차일피일 밀리는 형국이다. 박근혜정부가 최근 2기 경제팀을 포함한 인사 단행을 통해 미뤄왔던 핵심 법안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지만 난마처럼 얽힌 여야 대치구조 탓에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법안으로 주목받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의 처리가 6월 임시국회에서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여야가 약 한 달간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겨우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했지만 정작 김영란법을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6월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17일까지로, 정무위가 소위 구성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김영란법 처리는 이번 회기에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9월 정기국회로 속절없이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무위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속에 법안소위 일정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김영란법의 조속한 처리를 여러 차례 당부하면서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여전히 높지만 정무위 법안소위 구성은 '복수 법안소위 문제'에 가로막혀 1주일째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안소위는 여야 간 소관 부처 등의 법안을 논의·심사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법안 심사 1차 관문 역할을 하는 곳으로, 법안소위가 꾸려지지 않으면 법안 심사에 착수할 수 없다.

문제는 야당이 정무위에서 법안소위 복수화를 제안했지만 여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결정할 일이라고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데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무위 내에는 법안 제출 부처가 5곳에 달하는 만큼 최소 2개 이상의 법안소위를 둬서 법안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는 여야 원내대표 협상 대상으로 상임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이날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기 전 복수 법안소위 구성건으로 한 차례 공방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정무위는 국회 상임위 중 법률 제출권을 가지고 있는 부처를 5개 소관으로 두고 있어 수백개 법안이 정체돼 있다"면서 "법안소위 복수화에 합의해 준다면 그 위원장을 여당에서 맡는 것을 야당은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복수 법안소위 구성을 거듭 제안했다.

같은 당 이상직 의원도 "국회 현황을 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18대 국회부터 경제재정소위와 조세소위로 하고 있고, 19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도 국토와 교통으로 구분해서 따로 상임위를 하고 있다"면서 "기재위와 국토위 전례가 있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원내지도부에서 법안소위 복수화는 상임위별로 처리하는 것보다 원내대표 간 추후 논의하면서 방침을 정하겠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도 "이 문제가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돼 있으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 달라는 것"이라면서 "위원장은 원내지도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안소위 복수화가 돌발 변수로 부상하면서 김영란법 논의 착수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김영란법 공청회가 열리는 오는 10일까지 법안소위 구성을 매듭짓지 못할 경우 물리적인 일정상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란법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정기국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기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당리당략상 복수 법안소위를 구성하자는 게 아니라는 취지는 여당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서 "김영란법 심사를 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이번 주라도 빨리 소위 구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란법이 심사를 착수해도 여야 간 의견차로 인해 험로가 예상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에서 박 대통령이 김영란법 적용 범위를 줄여 조기에 통과할 것을 주문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김영란법'의 원안 통과를 당부했는데, 한달반 만에 말을 바꿨다"면서 "국회는 청와대가 지시한다고 해서 그 지시대로 법을 통과시키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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