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의 결단이 가시화되면 제조계열사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동부CNI의 유동성 위기의식을 잠재우고 오너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동부CNI 사재출연 검토
2일 동부그룹 내부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동부CNI 안산공장의 담보여력을 감안하면 회사채 상환에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가급적 금융비용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가장 적절한 해법을 모색 중"이라며 "그중 하나로 김 회장의 사재출연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재출연은 전적으로 개인 판단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김 회장이 먼저 의사를 피력해야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그룹 수뇌부 및 채권단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부CNI 자금수혈방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동부CNI 안산공장 담보대출은 일정부분 이뤄진 상태다. 감정평가금액 600억원 중 190억원은 이미 담보로 잡혀있어 추가적으로 담보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400억원 수준이다. 오는 14일까지 막아야 할 500억원 가운데 8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안산공장의 담보여력을 모두 소진하는 것은 이자부담을 낮춰야 하는 동부CNI로서는 달가운 처방이 아니다. 지난해 금융비용으로 지급한 금액은 총 404억원으로 매출 5254억원의 8%에 육박한다. 같은 해 영업이익률 3.5%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1·4분기에도 영업이익(15억원)의 3배를 웃도는 48억원이 이자로 빠져나갔다. 안산공장 담보대출을 최소화하면서 오너의 사재출연 등 자구방안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재출연 규모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오너의 의지를 확인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며 "재원은 동부생명 10억원, 동부화재 55억원 등 주로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당초 그룹 자구계획 이행안에 포함됐던 '김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동부제철 유상증자 참여'도 당시 배당금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다.
■리스크 진정국면 들어설듯
동부CNI가 안산공장 담보대출, 사재출연 등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 시 동부그룹 유동성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정 국면에 진입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동부제철은 진통 끝에 자율협약으로 방향을 잡아 숨통이 트였고, 동부하이텍은 법인세 778억원 취소소송 승소로 잠재적손실 부담을 털어내 매각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급하게 꺼야 할 불들이 하나둘 진화되고, 매물로 내놓은 자산의 부담요인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동부제철은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자율협약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여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자율협약은 회사채 차환발행 등을 전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분간 위기론은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 12주간 실사 후 세부적인 자구계획 방안을 채권단과 동부가 조율할 예정이어서 최소 3개월의 시간을 번 셈이다.
주춤해진 동부하이텍 매각작업도 동부제철 자율협약 개시와 동부CNI 회사채 상환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하이텍 매각일정은 동부제철 자율협약이 개시될 때까지 일단 딜레이(연기)시켜 놓았다. 동부CNI의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 등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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