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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유임과 함께 기로에 서게 된 ‘홍명보의 아이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3 12:28

수정 2014.10.25 16:33



대한축구협회(KFA)가 축구대표팀의 사령탑 홍명보(45)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허정무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홍명보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축구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홍명보 감독이다.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바탕으로한 안정적인 수비로 늘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심에 있었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이후에도 홍명보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으로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러한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은 그에게 ‘존경심’을 내비쳤다.
최강희(現 전북) 감독이 대한민국을 월드컵 본선으로 진출시킨 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 축구팬들은 쌍수를 들고 홍 감독을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는 여론의 입장은 그야말로 ‘얼음장’ 같이 차갑다. 부임 초기 선수들이 입소할 때 정장을 차려입게 하는 등 내부 규율에 신경쓰는 것들을 비롯해 유럽파없이도 치른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에 여론은 항상 홍명보 감독을 지지했다. 늘 국내파 위주로는 제대로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의 ‘변명’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유럽파가 합류했음에도 홍명보호의 경기력은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전술의 핵심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 SNS논란 등으로 브라질(2013년 10월12일)전부터 합류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2013년 9월6일 열린 아이티와의 경기부터 꾸준히 소집됐다.

지난 1월과 2월에 국내 선수들만으로 꾸려진 전지훈련에서의 졸전으로 유럽파가 들어와야 홍명보호가 제대로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상황으로 흘러갔고,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아끼던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을 대거 브라질월드컵에 나설 대표팀 엔트리에 넣을 수 있게 됐다.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던 박주영과 윤석영(QPR) 등도 브라질로 향하게 돼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모두 홍명보 감독과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동메달 신화를 써내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던 선수들로 홍 감독의 무한신뢰를 받으며 대표팀 엔트리에 올랐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에 나선 ‘홍명보의 아이들’은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러시아-알제리전에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단 1개의 슈팅도 하지 못한 박주영은 물론, 구자철(마인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 등 홍명보 감독의 애재자들은 홍 감독과 함께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오히려 非 홍명보의 아이들이 브라질월드컵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러시아전 동점골의 주인공인 이근호(상주)를 비롯해 알제리전에서 분위기의 흐름을 가져온 김신욱(울산),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손흥민(레버쿠젠), 투혼의 선방쇼를 보인 김승규(울산) 등이 그들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감독 취임식 당시 홍명보의 아이들에 대한 질문에 “과거가 미래를 100%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홍명보의 아이들은 큰 노력없이(?) 대표팀에 합류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로 인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몇몇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으로 인해 유럽파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유럽 빅리그에 진출해 경험을 쌓은 것은 좋았지만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독이됐다.
그리고 그 독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에 깊숙하게 꽃혀 16년 만의 무승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홍명보 감독의 유임과 함께 홍명보의 아이들 또한 지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처음부터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의 남은 계약기간인 6개월여 동안 홍명보의 아이들 또한 다시 국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elnino8919@starnnews.com서울=장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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