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불교의 나라다. 절도 많고 파고다도 많다. 의무 군인은 없지만 의무 승려 제도가 있어 모든 국민이 중학생이 되면 1년간 절에서 수련을 받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승려가 될 것을 결심하고 계속 수련에 정진하는 경우도 있고 견디지 못하고 세속 생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승려가 되면 지상 최대의 행복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깜짝 놀란 것은 미얀마의 부처님 조각을 보면 얼굴이 하나같이 무표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처님들은 웃는 듯 마는 듯 염화시중의 신비한 미소를 띠고 있는데 왜 여기 부처들은 웃지를 않을까. 승려가 되면 지상 최대의 행복을 맛본다고 하는데 저 표정은 무엇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웃는 얼굴에 익숙한 눈으로 무표정한 표정을 보니 다소의 저항감도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상의 온갖 인연을 끊은 부처가 세상 사람에게 싱글벙글 웃고 있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버리면 웃는 얼굴도 끊어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모든 것을 버리게 되면 생명도 버려야 한다. 힌두교에 심취한 쇼펜하우어가 자살론을 주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불교는 자살이 대안이 아니라고 한다. 윤회 때문이다. 자살을 해도 도로 태어나기 때문에 별로 효과가 없다. 오히려 자살을 하면 도로 태어날 때 더욱 미천한 존재로 태어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불교가 지향하는 것은 이 윤회의 사슬 자체를 끊는 것이다. 존재 자체로부터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나를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다. 제발 나를 잊어다오. 미얀마 부처를 닮았는지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온 국민이 심한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 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에는 많은 점에서 부족한 것이다. 우리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을 보며 축구에서도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씁쓸했다. 실력이 있건 없건 밀어붙이자는 붉은악마는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붉은악마 이제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차분하게 지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자꾸 뒤처질 뿐이다. 10여년 동안 우리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족함이 아니었을까.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3.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에 발표한 3.5%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한국금융연구원도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발표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0대와 30대의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만1000명, 4만2000명 감소했다. 국민에게 신바람이 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가계의 살림살이가 더욱 힘들어졌다. 민간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계의 비중은 2000년 80.6%에서 2012년 72.8%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취업자 증가도 저임 업종 중심이라 이런 현상이 생겼다. 2013년 신규 취업자가 가장 많았던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임금은 278만원으로 평균임금 355만원의 80%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평균소비성향이 2003년 0.78에서 2013년 0.74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가계의 실질처분가능소득은 연평균 1.4% 증가했지만 실질소비지출은 0.9%밖에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합해 보면 우리 경제의 문제는 내수 부족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간단하다. 가계에 돈을 줘야 한다. 그리고 원화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 정부나 학자들도 경제의 문제에 대한 진단은 맞게 하는데 처방은 그렇지 않다. 투자 확대, 법인세 인하, 부가세 인상 등 정부가 내놓는 방안을 쓰면 병은 더욱 악화된다. 답답하다.
김 의 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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