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끝없는 반복 속 무한한 예술의 시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3 17:59

수정 2014.07.03 17:59

정상화 '무제 014-6' (오는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정상화 '무제 014-6' (오는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그의 회화는 해독이 불가능한 회화요,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읽혀지는 회화가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전체로서, 그 어떠한 것에도 더 이상 환원될 수 없는, 또는 자기 자신으로밖에는 환원될 수 없는, 요컨대 그 자체가 하나의 실제인 회화다."(미술평론가 이일)

미술평론가 이일(1932~1997)이 지칭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모노크롬(단색화)의 기수 정상화 화백(82)이다. 이우환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기도 했던 정 화백은 한국 단색화의 최고점을 보여준 작가로 지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작업에만 매달려왔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신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열리는 '정상화 개인전'은 그런 그의 작품세계를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일생의 작업이 된 단색화 외에도 1970~1980년대 프랑스에 거주하며 다양한 매체로 실험했던 초창기 작품까지 모두 45점의 작품이 내걸린다.
정 화백은 갤러리 현대에서만도 벌써 아홉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지만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총망라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뜯어내고 메우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을 펼친다.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크고 작은 패턴은 끝없이 만들어지고, 덮여나가고, 또 떼어지는 무수한 반복을 통해 이뤄진 것.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정 화백은 "내 작품은 우연이 아니라 일련의 반복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나도 모르게 과정을 겪으면서 일이 자연스럽게 끝내진다"고 했다.

그러면 그는 왜 이런 작업방식을 지난 40여년간 지속 반복한 것일까. 작가는 "같은 것을 계속해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일 자체가 끝이 없고 끝없는 일을 하는 것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반복적인 단색화 작업에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치열한 예술적 고뇌와 무한히 흐르는 시간이 담겨 있는 셈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