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엔 원·달러 직거래 시장만 있다. 위안·엔·유로 등 다른 통화는 원·달러 환율에 준해서 가치를 결정하는 재정환율을 적용한다. 수교 22년 만에 한·중 경제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발전했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얘기다.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은 한·중 경제 '밀월'의 결과다.지난해 한국은 총수출의 26%를 중국에 보냈다.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다. 간판기업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판다. 중국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차이나머니는 큰손이 된 지 오래다. 두 나라 정상은 3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경제분야에서 한·중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원·위안화 직거래는 윈윈 전략이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 목표로 세웠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 흠집을 냈다.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4조달러에 육박하는 막강한 외환보유액을 앞세워 한국을 비롯해 20여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560억달러 규모다. 이 돈은 위안화 무역결제의 종잣돈이 됐다.
통화 직거래는 환전비용을 아끼고 환율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해 달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낮출 수 있다. 금융사들은 위안화 예금·채권·파생상품·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여러나라가 위안화 허브 지위를 탐내고 있다. 유럽에선 영국(런던)과 독일(프랑크푸르트)이 팔을 걷어붙였다. 홍콩·싱가포르·대만·마카오 등 중화권은 이미 위안화 경제권으로 편입됐다. 한국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는 위안 직거래 시장이 국내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란 희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대중 의존의 부작용에 대해선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자칫 한국 경제가 위안화 경제권의 일부인 양 중국에 예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대중 무역흑자는 606억달러로 전체 흑자(442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만에 하나 대중 수출 길이 막히면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펀더멘털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한국 금융시장을 휘젓는 차이나머니의 흐름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은 위안화를 장차 달러에 버금갈 기축통화로 육성하려는 중국의 거대전략에 우리가 동조하는 모양새다. 전후 '달러 제국'의 이점을 누려온 미국으로선 그리 달가울 게 없다.
안보는 물론 경제에서도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형국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