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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한국인과 커피

[fn스트리트] 한국인과 커피

매일 새벽 두 시쯤 일어난다. 물론 일찍 잔다. 저녁 9시 종합뉴스를 보고 잠자리에 들곤 한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4~5시간. 의학적으론 8시간이 좋다지만 그 정도만 자도 다음 날 일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같은 생활습관을 가져온 지 10년가량 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다. 하루의 시작을 봉지커피와 함께 시작한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부터 찾는다. 맛도 최고다. 정신이 맑아짐은 물론이다. 커피 애호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만 그럴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커피를 좋아한다. 사람이 크게 붐비는 곳에 가면 한 집 컨너 커피숍이 보인다. 브랜드도 다양하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커피빈, 파스쿠찌, 카페베네, 이디야 등 이름을 모두 외우지 못할 정도다. 전국의 가맹점만도 수만개는 될 터다. 직장인들도 커피는 꼭 마신다. 경우에 따라선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면 식사 값보다 커피 값을 더 지불하기도 한다. 커피도 담배처럼 한 번 맛을 들이면 끊기 어렵다.

일반 커피값은 3500~5000원 안팎. 매일 한 잔씩 마신다면 돈이 적잖게 들어간다. 최근에는 한 잔에 수만원씩 하는 커피도 등장했다. 이른바 프리미엄 마케팅이다.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 가면 한 잔에 4만9000원 받는 커피가 있다. 원두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루왁커피(luwak coffee)다. 이 커피는 독특한 생산 과정으로도 유명하다.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인도네시아어 luwak, 영어 civet)의 대변에서 채취한 원두가 바로 루왁커피의 원재료다. 보통사람들에겐 언감생심이랄까.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은 총 242억잔의 커피를 마셨다. 1인당 연평균 484잔, 하루 평균 1.3잔씩 마셨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커피와 관련해 많은 돈이 오간다. 국내 순수 커피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5680억원이었다. 6년 새 세 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총 지출액 기준으로 보면 시장규모가 자그마치 6조1560억원에 달했다. 소프트웨어 시장(6조5000억원)이나 아웃도어 시장(6조9000억원)에 버금간다.

국내에서는 원두를 거의 생산하지 못한다. 전량 수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의 나라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다.

반면 국산차 시장은 보잘것없다. 국산차만 취급하는 가게는 더더욱 보기 어렵다. 나부터 국산차를 멀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