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생명을 살렸다는 뿌듯함이 있죠.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걸 느꼈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간 대처를 잘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찔함도 있습니다. 때마침 신한은행 내부에선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과 안전관리 사고에 대한 훈련을 했던 시기였어요. 천만다행이죠."
생명을 살리는 '4분의 기적'을 일궈낸 이들이 있다. 신한은행 서울 개봉동지점에 근무하는 최낙환 차장(사진 오른쪽)과 박경원 청경반장(사진 왼쪽)은 최근 심장마비로 생사의 기로에 선 고객의 귀한 생명을 살린 주인공이다.
지난달 26일 신한은행 개봉동지점에서 예금을 찾던 70대의 한 고객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호흡이 멎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이 고객과 상담 중이던 최 차장은 순간 고객의 몸이 경직되며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을 느꼈다.
때마침 최 차장은 얼마 전 은행에서 받았던 '심장이 멈췄을 땐 충격을 주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신한 안전 길라잡이 책 내용이 생각났다. 큰소리로 119에 신고해 달라고 외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며 심장에 충격을 주기 시작한 최 차장. 양손을 이용해 힘껏 가슴을 누르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최 차장의 몸이 흘러내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힘이 빠질 때쯤 박 반장이 뒤를 이어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박 반장은 "심장이 정지된 후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오직 고객의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골든타임 동안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살아날 확률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하지만 정말 천운인지 다시 맥박이 뛰기 시작했고 고객이 살아났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최 차장도 "119 구급대가 도착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고객이 이송되기까지 13분가량밖에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며 "우연찮게 받았던 안전관리 교육이나 신한은행 사내 사이트에서 본 심폐소생술 관련 안내글 그리고 지난달 배운 심폐소생술 등과 같은 교육들이 실제 고객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달 20일 민방위훈련 때 본부 부서 전 직원이 대피훈련에 함께 참가하며 심폐소생술 및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을 연습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안전교육에 대한 책자(신한 안전 길라잡이)를 발간해 전 직원에게 전달하는 한편 심폐소생술 훈련과 화재대피 훈련도 지속하고 있다.
며칠 후 최 차장과 박 반장은 고객의 가족들로부터 평소 지병인 심근경색이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차츰 건강을 회복하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내 가족을 살린다는 자세로 포기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했던 최 차장과 박 반장은 "고객이 회복해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쑥쓰러워 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