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금융사 광고(CF)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설명하며 '참 쉽죠'라고 묻지만 사실 어렵습니다. 금융인의 언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실생활의 언어로 번역해내지 않으면 고객은 금융상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KB투자증권의 금융선생님을 자처하는 유무상 금융상품지원팀장(45·사진)은 한마디로 '금융 읽어주는 남자'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만난 그가 보여준 금융강의 자료에는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그래프 대신 생활 속 용어와 친근한 게임이 소개돼 있었다.
유 팀장은 "고객이 못 알아듣는데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직업윤리에 적합하지 않다"며 "금융인이 도덕성이나 직업윤리를 내팽개치면 야바위꾼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마다 기대수익과 리스크 감안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이 투자자로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이 준비 없는 투자를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금융을 읽어주는 대상은 고객만이 아니다. 매월 한두 차례 영업점이나 고객만족센터 직원을 위한 콘퍼런스를 열기도 한다. 그는 "직원 교육용 자료를 만들면 소위 '업자들 용어'인 전문용어는 대부분 뺀다"며 "자료에 어려운 금융용어가 들어 있으면 영업직원도 고객에게 그 용어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영업직원이 고객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도 금융을 읽어주는 셈이다.
유 팀장은 1996년 증권사에 입사한 이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두루 거치며 금융상품의 기획, 개발, 운용, 판매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경험이 상품 개발이나 지원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운용사를 상품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한다면 증권사는 대리점"이라며 "공장 업무를 경험했기에 판매할 때 상품전략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공장 사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의 어린 시절 꿈은 선생님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금융선생님을 자처한다. 퇴직을 앞둔 중년층이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이든, 금융상품이나 경제 전반에 대한 강의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최근에는 KB투자증권이 벽지 분교에서 진행하는 '무지개교실' 강사로도 나섰다.
"어린 친구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것은 고객을 찾는다기보다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쉽게 전해주고 싶은 욕심이죠. 앞으로도 계속 금융소외계층을 상대로 강연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는 일반인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를 위해 항상 가족과 상의하고 피드백도 받는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강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선생님이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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