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26년 묵은 면세한도, 과감히 풀어보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9 17:25

수정 2014.07.09 17:25

산업연구원이 지난 8일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및 제도 개선'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기획재정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65개 주요국의 구매력 대비 평균 면세한도를 한국에 적용하면 1인당 휴대품 면세한도는 600달러가 적정하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26년째 400달러로 묶여있는 면세한도를 상향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기재부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참고해 다음 달 세법개정안 발표 때 면세한도 상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여행객이 구매해 들여오는 물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인 면세한도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다.

한도가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면세한도는 처음 도입된 1979년 10만원이었다가 88년 서울올림픽 때 30만원(당시 환율로 400달러)으로 확대됐고 1996년 미화 400달러로 바뀐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988년 이후 현재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5.7배로 늘었으나 면세한도는 그대로다. 그러다 보니 미국(800달러), 일본(20만엔·1960달러)은 물론 우리보다 소득이 적은 중국(5000위안·800달러)보다도 훨씬 낮다. 게다가 소비자의 해외직접구매(직구)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런 휴대품 면세한도는 시대와 동떨어진 구닥다리 규제라는 평가도 있다.

산업연구원도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도를 상향할 경우 소비자의 구매에 더 많은 여유와 기획을 제공하는 후생증진 효과가 있고 세관행정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늘 면세한도 상향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면세점 이용에 혜택을 볼 수 있는 계층이 중상류층이기 때문에 저소득층과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과 외화유출로 인한 서비스 수지 악화, 세수 감소, 국내산업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구시대적 발상이다. 연간 누적 해외여행객이 5000만명에 이를 만큼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위화감 운운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면세한도를 600달러로 올려도 관세 수입감소액은 연간 231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수지 악화를 우려한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이 외화 절약, 과소비 억제 같은 것을 강조할 때가 아니잖나.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는 나라 수준에 맞는 면세한도를 검토해 봐야 한다. 한도를 현실화하기로 했다면 좀 더 과감하게 했으면 한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면세한도를 800달러로 높이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