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진료비) 인상은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각 의료단체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로 넘어가게 된다. 건정심에서는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올릴지, 어떤 치료행위나 약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할지 말지, 어느정도 금액으로 할지도 결정된다.
문제는 의료 원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수가 공방만 하고 있다.
■수가 어떻게 결정됐나
우리나라 수가는 1977년 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되면서 일본 건강보험을 그대로 베껴왔다. 이 때문에 진료별 상대가치점수를 그대로 둔 채 여기에 협상에서 인상률을 곱해서 가격으로 만들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 수가와 더 높게 책정된 수가가 존재한다. 일본 수가는 5년에 한 번씩 현실을 반영해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한다. 현실에 맞게 진료비를 수정하는 형식이다. 특히 검사료와 영상진단비가 높고 수술비와 처치료가 낮게 책정되는 바람에 의사들이 저수가라고 주장하게 됐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정부에서 검사, 영상진단비가 높다는 것을 파악하고 2011년 영상수가를 26%가량 깎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은 올려주지 않았다"며 "검사, 영상진단에 비해 수술, 처치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지만 수가가 낮은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12년 기준 전체 행위료 지출 중 45%를 독식하는 '검사, 영상검사'의 원가보전율은 각각 159%, 122%를 육박하는데 이들 행위의 '수가인하'가 불균형 해결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인건비 합의도 필요
하지만 처음부터 원가분석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저수가인지 아닌지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복지정책팀장은 "병원에서 의료원가가 얼마이고 의사 인건비가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각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병원의 의사 인건비 비중이 높은데 병원에서 의사 인건비 3억원을 맞춰주느라 저수가라고 말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인건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병원경영연구원이 발간한 '2012년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병원 전문의 평균 인건비는 2011년 9840만원에서 2012년 1억1580만원으로 올랐다. 의과대학 교수 신분인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연봉이 9000만원(복리후생비 제외) 미만인 데 비해 이 병원급보다 규모가 한 단계 아래인 일반 종합병원은 1억2000만~1억4500만원이었다. 또 고급인력을 구하기 힘든 군지역이나 소도시 병원은 전문의 연봉이 대도시보다 1000만원 이상 높았다.
■원가분석이 기본돼야
수가 조정은 원가 분석이 기본이 돼야 하고 여기에 의료기관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이 고려돼야 한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대형병원과 개원가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 한 구의사회장은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의 약 23%는 하루 평균 30명 이하를 진료하며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형병원들이 경증 질환자들까지 다 진료를 하기 때문에 보험 진료하는 의원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료마다 가격이 매겨지는 행위별 수가가 아닌 총액제 논의도 필요하다. 즉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전체 금액을 의사들에게 주고 알아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남 팀장은 "행위별 수가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각 과에서 불만을 얘기하는데 이를 전문가인 의사들이 조정하는 게 맞다"며 "중증질환이나 지방의사 배려 등은 의료계 내부에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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