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전수수료요? 글쎄요… 지점에서는 이미 수수료를 반영한 금액을 고시하고 있어서 수수료율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려드리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타행보다 우대환율이 좋은 편이니 큰 걱정 안하고 환전하셔도 됩니다. 오늘은 특별히 70% 우대환율을 적용해드리고 있거든요."(A은행 환전센터 관계자)
"원래 다른 은행에서 환전을 하려고 했어요. 90% 환율우대 쿠폰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환전수수료율을 적용해보니 되레 60% 우대해준다는 곳보다 비싸더라고요. 은행별 환전수수료율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가며 알아낸 거죠. 직접 지점을 찾아가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B은행 지점 환전고객)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끼 밥값이라도 절약해 보려고요. 환전할 금액이 크다 보니 제일 저렴한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행마다 환전수수료가 얼마인지 알기도 힘들어서 그냥 90% 환율우대를 해준다니 여기로 오게 된 거죠. 실제로 90% 우대가 된 건지는 글쎄…."(C은행 달러 환전 내방객)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지만 은행들의 '묻지마 환전' 영업이 개선되지 않아 고객만 골탕을 먹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30일부터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금액 기준으로 공지되던 환율을 환전수수료율(현찰 살 때·팔 때 스프레드)까지 함께 고시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은행 간 환전수수료를 비교하기 어려울뿐더러 여전히 은행 각 지점에서는 고시조차 되고 있지 않다 보니 금융소비자가 통화별 환전수수료율 차이를 확인하고 환전 통화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점 환전수수료율 공개 '전무'
지난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찾은 KB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NH농협·기업·SC·씨티 등 주요 은행 객장에서는 환전수수료율이 따로 고시돼 있지 않았다.
다만 신한·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 지점은 고객이 원할 경우 환전수수료율을 직원용 모니터를 통해 따로 공지해 주고 있었다.
이 때문에 명동, 서울시청 등 중구 일대와 신촌, 홍대·이대역 인근 및 서울역 등 환전 수요가 많은 은행 환전센터를 방문한 고객 중 상당수가 은행 간 환전수수료 비교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동남아 여행을 위해 태국 밧으로 환전하러 왔다는 한 시중은행 내방객은 "달러는 우대환율쿠폰 등을 적용하면 은행마다 환전수수료가 크게 차이가 없는 걸로 안다"며 "하지만 동남아시아 지역 통화는 은행마다 환전수수료율 차이가 3배 이상 난다고 하는데 막상 지점에서는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려주기는커녕 수수료가 반영된 환율만 공개하고 있어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환전수수료율을 은행마다 각자 고시하고 있다는 것 역시 불편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전우대쿠폰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수수료 자체가 높은 은행이라면 아무리 우대 정도가 높다 해도 실제 적용되는 수수료는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직접 환전창구에 가서 계산해보지 않으면 은행 간 환전수수료 차이는 알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이 고객은 달러 및 유로화 환전을 위해 시중은행별 현찰 매매 스프레드와 실제 찾은 지점별 환율우대 정도, 고시환율 등을 비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환전 우대 미끼 '신종 꺾기' 등장
특히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환전 우대를 미끼로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거나 임의로 환전우대쿠폰에 고시된 우대율보다 낮게 적용해 환전해주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학생 이모씨는 기존 우대율에 추가 우대 환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인터넷뱅킹 가입은 물론이고 예·적금 상품 및 체크카드 추가 발급을 해야 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와 주부 김모씨는 환전을 한 뒤 우대쿠폰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했다. 김씨는 "90% 우대라고 해놓고선 실제로는 60%로 환전해줬다"며 "실상 몇 백원에서 몇 천원밖에 차이가 안 나더라도 환전을 하려고 일부러 해당 지점을 찾아가고 시간을 할애했는데 왠지 모르게 속은 느낌"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환전 우대율이 70%인 것과 60%인 것은 고객 한 명에게는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지만 실제 은행으로선 환전고객 수를 곱해 보면 상당한 수익 차이를 보게 된다"며 "따라서 일부 지점에서는 '우대율 및 대상통화는 은행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환전우대쿠폰을 미적용하거나 금융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우대율을 적용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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