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포츠카 3인방 ‘왕좌의 게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7 16:55

수정 2014.10.25 02:32

스포츠카 3인방 ‘왕좌의 게임’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이른바 스포츠카 3인방이 동시에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비주의를 고집하며 말을 아끼던 브랜드들이 최근 잇따라 신차발표회를 가지면서 상대 브랜드를 겨냥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주력 세그먼트와 엔진 사양을 바꾸는 등 판매를 늘리기 위한 변신을 꾀하면서도 스포츠카 특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스포츠카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다. 이달초 페라리는 신차 캘리포니아 T 출시 행사에서 "우리는 스포츠카 DNA를 지키기 위해 SUV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포르쉐가 지난 5월 콤팩트 SUV 마칸을 출시한 데 이어 람보르기니 역시 2017년께 SUV모델 우루스 출시 계획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SUV 판매량은 2007년 대비 185% 성장했으며 향후 10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역시 2011년 3000대가 팔렸으며 2013년 6000대가 팔려 2배가량 늘었다. 포르쉐와 람보르기니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SUV 시장 공략에 나선 반면 페라리는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해외 스포츠카 브랜드 3인방이 최근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위 사진부터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람보르기니 '우라칸', 포르쉐 '마칸'.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해외 스포츠카 브랜드 3인방이 최근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위 사진부터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람보르기니 '우라칸', 포르쉐 '마칸'.


주세페 카타네오 페라리 극동아시아지역 총괄 지사장은 "람보르기니의 주력모델은 2개이고 우리는 8개로 비교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람보르기니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10일 신차 우라칸 발표회에 참석한 한국.일본 담당 지나르도 버톨리 지사장은 "다른 브랜드가 터보 엔진을 쓰는 것은 탄소배출 규제 등 환경 정책에 따른 것인데 람보르기니는 자연 흡기 엔진으로도 이 규제를 맞출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확히 페라리를 겨냥한 것으로 페라리는 캘리포니아 T에 26년 만에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고 홍보했다. 통상 스포츠카는 엔진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터보 엔진 대신 낮은 rpm에서도 성능을 발휘하기 쉬운 가솔린 자연흡기엔진을 사용한다.


페라리 캘리포니아 T의 가격은 2억7000만원부터 시작하며 람보르기니의 우라칸은 3억7000만원부터다. 가격은 1억원가량 차이가 나지만 캘리포니아 T 역시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면 차이는 수천만원으로 좁혀진다. 캘리포니아 T는 페라리의 대표적인 엔트리 모델이고 람보르기니 우라칸 역시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타고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국 두 모델은 비슷한 고객층을 공략해야 하는 만큼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두 브랜드 모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돼 있지 않아 판매대수나 성장률을 알수는 없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페라리는 482대, 람보르기니는 175대가 등록돼 있다.

고가의 두 브랜드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포르쉐는 콤팩트 SUV 마칸으로 실속 챙기기에 나섰다. 마칸은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포르쉐가 콤팩트 SUV 부문에서 출시하는 첫 스포츠카다. 포르쉐 김근탁 사장은 "모든 세그먼트에서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포르쉐의 전략을 입증한 것이 바로 마칸"이라며 "스포츠카를 몰고 싶은데 가족이 있는 고객을 집중 공략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쉐는 3곳 중 유일하게 KAIDA에 등록해 판매대수를 공개한다. KAIDA에 따르면 포르쉐는 올해 상반기에만 1219대를 판매해 지난해 1005대보다 21.3% 증가한 성적표를 내놨다.

성장세는 높지만 포르쉐엔 과제가 있다. 포르쉐 마칸의 가격은 '마칸 S'와 '마칸 터보'는 국내 판매가격이 각각 8480만원, 1억74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이 가격은 사실 해외 판매가보다 비싸다. 업계에 따르면 마칸 S의 미국 가격은 5113만원, 마칸 터보는 7408만원이다.

물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 역시 마칸 S가 7466만원, 마칸 터보가 1억225만원으로 한국보다 저렴하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효과로 수입차들이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에 역행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포르쉐코리아 측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맞는 사양을 추가하다보면 해외 가격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