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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일용직 임금, 물가 오르는데 10년전과 같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7 17:20

수정 2014.10.25 02:28

【 성남(경기)=예병정 기자 김종욱 수습기자】 '멈춰버린 임금 상승과 임금 체불',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 '일용직 근로자의 노후안정'

첫 현장방문에서 받은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숙제이다. 최 부총리는 17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성남인력시장 근로자쉼터와 취업상담.알선을 맡고 있는 두리인력파출부.㈜두리잡을 찾아가 일용직 근로자들을 만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취임하고 일자리와 내수 쪽으로 현장방문을 강하게 원해서 성남인력시장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며 "성남 인력시장은 규모 면에서도 경기도에서 크다보니 대표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최 부총리의 의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최 부총리의 취임사에서도 드러난다.

■'일자리 걱정 없는 세상'

새벽 인력시장에는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어두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력시장을 찾은 최 부총리는 구직자들에게 더위를 막기 위한 팔 토시, 스카프 등을 선물하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근로자 임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력시장 방명록에는 '일자리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최 부총리는 현장에서 답을 찾기 성급한 약속을 하기보다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시급한 문제를 파악해 해결해주려는 모습이었다. 경청의 자세에 인력시장에 모인 근로자들은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임금에 대한 이야기에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일용직 근로자인 이광국씨는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물가는 오르는데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은 올라가지를 않는다.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도 물가를 반영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르지 않는 임금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임금체불이었다.

구직자인 최성영씨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가끔씩 임금체불이 발생한다. 이를 신고하려고 해도 절차가 너무 복잡해 하지를 못하고 있다"며 "일용직 근로자들이 구인자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전화번호와 주소가 전부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신고하려고 하면 너무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포기하게 된다. 더구나 신고를 하려면 일용직 근로자가 하루를 쉬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복잡한 임금체불 관련 신고는 규제완화 관점에서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시급한 현안, '외국인 노동자'

인력시장 방문 후 최 부총리는 두리 인력소개사무소로 이동해 구직 근로자와 구인기업 대표자 등과 조찬 겸 간담회를 가지고 일용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강력한 요구는 낮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한국 일용직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임차진 민주노총 경기 건설지부 지부장은 "위례신도시 건설현장에 나가보면 90%가 중국인 노동자들"이라며 "값싸고 부리기 쉬운 외국인 노동자들만 고용하는 탓에 한국인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지원센터가 전담하고 있는 재중동포의 직업 소개를 직업소개소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시연 전국고용서비스 협회장은 "재중동포의 경우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있다"며 "재중동포와 내국인 근로자가 함께 섞여 있어야 재중동포의 임금이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내국인과 어울려 일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투입 안 되면 건설현장 인력이 부족한 실정으로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불법근로자 문제와 하도급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자리는 인근 식당으로 옮겨서 이어졌다. 이날 최 부총리는 간담회 참석자 20여명과 함께 북엇국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간담회에서 느낀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 부총리는 식사 자리에서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을 물어보는 등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codd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