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간 고민한 끝에 18일 '쌀 관세화'를 최종 선택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미국, 중국 등에서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던 것을 내년 1월1일부터는 정해진 관세만 내면 누구나 쌀을 들여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국쌀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전면적으로 열어줘 국산쌀과 무한경쟁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부처와 농업계, 민간 전문가 등이 긴밀히 협의해 검토하고, 국회에서 논의한 결과 정부는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검토 결과와 국내·외 여건에 대한 분석 등을 토대로 관세화 유예를 또다시 연장할 경우 의무수입물량(MMA) 증가로 쌀 산업이 더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를 피하기 위해선 관세화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두 차례의 관세화 유예를 통해 MMA만큼만 들여오는 것으로 수입 물량을 제한해 시장을 보호해왔지만 앞으로는 관세를 적용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논리다.
이 장관은 "WTO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를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향후 체결될 모든 자유무역협정(FTA)과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쌀은 계속 양허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WTO 농업협정에 근거해 계산하는 관세율을 회원국들과 협상시 최대한 끌어 올려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수입쌀이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정부는 기존에 5%의 관세를 적용해 매년 들여오는 MMA 40만9000t 외에 추가적으로 시장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당초 MMA가 37만9000t(1995년)에서 75만8000t(2000년)으로 증가할 예정이었지만 1999년에 조기 관세화를 선택하면서 MMA는 68만2200t으로 묶어놓은 대신 관세화 이후에도 추가 수입량이 연간 500t 미만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관세화'를 하더라도 높은 관세율을 적용한다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관세율은 300~400%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정부는 최대한 400%대에 가깝게 협상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관세화' 외엔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외국쌀을 들여오지 못하게 하는 게 왜 '개방'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쌀 생산 농가와 일부 농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 등이 관세율 '200%'를 주장하는 등 최대한 숫자를 낮추려고 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고율의 관세를 관철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다행히 높은 관세율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영구적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쌀)추가 수입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나가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쌀 관세화 관련 정부 발표는 전농 뿐 아니라 국회, 타 농민단체의 요구를 모두 무시한 채 불통농정을 선언한 것으로 한국농정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부가 포기한 식량주권은 농민의 힘을 모아 지켜나가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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