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이 궤멸당한 7일 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됐다. 수하의 병력은 보잘 것 없었고 전선이라곤 고작 작은 배 12척뿐이었다. 그나마 조정은 수군을 해산하고 육군에 합세하라고 재촉했다. 이순신은 오히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해볼 만합니다"고 항변한다.
이순신의 조선 수군은 명량에서 12대 133의 열세를 뒤집었다. 죽을힘을 다해 싸운 결과였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선조가 서둘러 한양을 빠져나가지 않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임진왜란은 7년이나 끌지 않았을 것이다. 오합지졸과 일당백을 구분짓기란 어렵지 않다. 리더가 누구냐를 알아보면 된다.
리더의 태도는 증폭효과를 지닌다. 북으로 내달리던 선조의 몽진행렬은 마침내 요동 피란을 의논하는 지경에 이른다. 도성을 등진 임금은 이제 국토마저 버리려했다. 조정의 마지막 보루인 사관 넷이 임금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들은 생명과도 같은 사초를 땅에 묻고 불태워버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조정은 오합지졸로 변한 뒤였다.
올 프로야구 최대 이변 중 하나는 두산의 몰락이다. 두산 야구는 '화수분'으로 불린다. 퍼내고 또 퍼내도 재물이 줄지 않는 신비로운 단지였다. 그만큼 전력이 안정됐다. 누가 감독을 해도 4강은 문제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3일 현재 두산의 순위는 6위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물가물하다. 1위 삼성과의 차이(19게임)보다 9위 한화와의 거리(5.5게임)가 훨씬 가깝다. 4위 롯데와는 4.5 게임차다. 4강 진입이 힘겨워 보인다.
두산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두산은 최근 김동주(38) 파동을 겪었다. 두산에서 17년간 선수로 활약한 '간판 곰' 김동주는 스스로 팀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의 설득으로 간신히 주저앉았지만 이를 둘러싼 송일수 감독(64·일본명 이시야마 가즈히데)의 태도는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감독이 선수를 감싸주지 않으면 선수의 마음은 쉬 감독을 떠난다.
송 감독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뜻이 통할 리 없다. 재일동포인 송 감독은 국내에서 3년간 현역(1984~1986년·삼성)으로 활약했고 1년 동안 두산에서 2군 감독을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의 대화에 통역을 필요로 한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어 습득을 게을리 한 것은 방기(放棄)다. 1군 감독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의 돌풍이 거세다. 영화에서 이순신은 "충(忠)이란 백성에 대한 의리다"고 말한다. 충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다. 중심이 하나로 단단하여 전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마음의 중심이 둘이면 근심 환(患)으로 바뀐다. 마음이 하나 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니 환난(患難)의 연속이다. 감독의 마음이 오로지 선수에게 향해 있으면 언어습득은 저절로 된다. 사랑하는 이를 둔 연인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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