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도로가 푹 꺼지는 싱크홀(Sink Hole)이 서울 한복판에서 속출하고 있다.
5일 서울 송파동 석촌역 근처 왕복 6차로에서 폭 2.5m, 길이 8m 크기의 싱크홀이 또 발생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현장 사진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등 인터넷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싱크홀은 지반이 밑으로 꺼지면서 생긴 큰 구멍을 말한다. 싱크홀은 주변 건물의 기울기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동 중인 사람과 차량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하반기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각종 공사나 상수도 누수, 하수관로 파손, 장기간 압력 등으로 발생한 싱크홀 가운데 가로×세로가 2m가 넘는 싱크홀은 13개에 달한다.
지난 6월에는 강서구청별관, 중미역 교차로, 방화동, 국회의사당 정문 등에서 대형 싱크홀이 잇따라 발생했으며 달마다 평균 2~3건 출현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최근에는 싱크홀이 석촌호수 주변과 여의도에 자주 나타나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싱크홀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물'이다. 자연적인 싱크홀은 석회암 지역에서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아 빈공간이 생기는 것을 말하지만 도심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싱크홀은 이것과 다르다.
폭우로 갑자기 지하수 흐름이 증가하거나 상하수도관이 파열되는 등 비정상적인 물의 흐름이 빈 공간을 만드는 게 원인이다.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는 6월 19일과 7월 17일 등 두 차례에 걸쳐 40년 넘은 하수관에 틈이 생기면서 흙이 빠져나가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송원경 박사는 "지하수 남용 등 지하수의 유속이나 수위의 변화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암반의 70% 이상이 변성암과 퇴적암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지반 침하.붕괴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건설기술연구원 백용 박사는 "석회성분을 포함하는 지반.암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산사태가 많이 나면 산사태 위험지역이라고 하듯, 지반 취약지역이나 지반 침하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빈도가 늘고 있는 지진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송원경 박사는 "지하수는 지반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지진으로 인해 물의 흐름이 바뀐다면 지주가 없어지는 것과 같아 무너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심 싱크홀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지반을 고려한 안전한 토목공사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백용 박사는 "지반 침하.붕괴 재해 위험지역에 대한 관리와 연구개발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싱크홀 예측이 가능한 지반모니터링 기술이 있기 때문에 지하수의 변동성을 주기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부대책이 사후약방문 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도심개발이 필요하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잠실 제2롯데월드는 물을 뿜어올리는 시공을 할 경우 싱크홀 발생이 예측된 곳이었다"며 "주변 지반을 고려하지 않는 부실한 토목공사, 그리고 제대로 된 지반조사 없이 공사가 지속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싱크홀 통계수집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이번주 안에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며 "노후화된 시설이 위치한 지역에 우선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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