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명량'과 그 뒤를 이어 올 여름 관객들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해적'이 우리 민족의 해양 역사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명량(감독 김한민)'은 불가능에 몸을 던진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전쟁인 명량대첩을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로 담아낸 작품. 조선 수군과 왜 수군의 치열한 전투 모습은 물론 위대한 역사 속에서 힘을 보탠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이하 해적)'은 조선 건국 시기 고래가 국새를 삼켜버린 전대미문의 사건에서 바다의 주인임을 내세운 해적과 고래를 잡아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산적, 국새를 되찾으려는 조선 건국 세력의 치열한 접전을 그려낸 작품이다.
두 영화는 시대적 배경도 다르고, 영화의 성격도 다르지만 우리 민족의 해양 역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또는 바다로 진출하기 위해 수군이 필요했고, 삶이 어려워진 백성들이 바다에서 삶의 터전을 잡기 위해 해적이 되기도 했다.
특히 배의 모양을 통해 우리 민족 전통의 선박 양식을 알 수 있다. '명량'에서 조선 수군의 배는 판옥선이다. 판옥선은 배 하부가 편평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선박 양식을 평저형 선박이라고 한다. 거북선 또한 판옥선에 철갑을 두근 형식이다.
우리 민족의 선박 양식이 판옥선이 된 이유는 우리나라 해안의 독특함 때문이다. 한반도의 해안은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며 해안선이 복잡하다. 좁은 해역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운행을 할 수 있는 판옥선이 유리하다.
판옥선은 밑바닥이 편평한만큼 수면에 닿는 부문이 넓다. 이는 물에 잠기는 부분이 적다. 그래서 방향전환이 쉽다. 반면 바닥이 편평하기에 물살을 가르며 나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일본의 전통 선박 양식은 섬나라의 특성에 맞게 배아래가 뾰족한 첨저형 선박 양식이다. '명량'에서 일본 수군의 전투함이나 '해적'에서 해적단의 배는 첨저형 선박이다. 이는 일본 수군이나 해적들의 전투 방식이 서로 비슷함을 알려준다.
첨저형 선박은 물에 잠기는 부분이 많지만 물살을 가르고 나가기 적합하다. 과거 일본 수군은 왜구 활동을 하던 시절 빠르게 노략질을 하고 달아나야 했기에 속도에서 앞서는 첨저형 선박을 사용했다. 임진왜란 당시에 출전한 아다케(안택선), 세키부네(중선) 등 일본 수군의 전투함은 첨저형 양식이었다.
'해적'에서 모흥갑(김태우 분)이 해적단 대단주 소마(이경영 분)와 거래를 하는 장면에서 모흥갑은 평저형인 조선 수군의 배보다 해적들의 배가 속도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량'에서처럼 함대함 포격전을 벌일 경우 평저형이었던 조선의 판옥선이 첨저형인 일본의 세키부네보다 유리하다.
'명량'과 '해적'은 기존의 역사 공부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던 우리 민족 해양역사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알려주고 있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