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은 금리인하 ‘선물’ 부양 밑거름 돼야

파이낸셜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맞춰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시장에 선물을 풀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0년 11월 이후 거의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측과 부합한다. 이 총재는 그 배경을 경기하방 리스크에서 찾았다. 한국 경제엔 지난 4월 세월호 사고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이후 소비심리는 뚝 떨어졌고 경기 회복세는 탄력을 잃었다. 이 총재는 이번 결정이 "경기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0.25%포인트 내린 것도 한은으로선 큰 용기다. 미국은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마감하고 내년 중반께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이를 거슬렀다.

이 총재의 선택은 옳은 방향이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을 맡은 최경환 부총리는 재정·세제와 서비스산업 혁신을 통한 대형 경기부양에 착수했다. 주식·부동산 시장엔 벌써 '최경환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가 나쁠 땐 정부와 한은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시장에 신뢰가 싹트고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 이번 금리인하로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재정·통화 양면에서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최 부총리는 사실상 공개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가세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현오석 부총리는 김중수 총재를 압박했다. 청와대·새누리당도 현 부총리를 거들었다. 결국 김 총재는 작년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내렸다. 바로 이 금리가 14일 이전까지 14개월간 동결됐다.

한은의 중립성에 흠집을 낸 최 부총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이 총재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한은은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가 '사전조치'라고 했지만 세월호 사고 넉달 만에 내려진 결정을 선제대응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뒷북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한은은 최 부총리의 간섭을 자초한 셈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도한다. 시장은 연준 의장이 밝힌 중장기 '선제안내(Forward Guidance)'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인다. 반면 한은은 종종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듣는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그의 소통 점수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변화가 왔다. 시장은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중앙은행에 주문한다. 한은과 이 총재는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한은법 조문에 얽매여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한은은 얼마든지 정부를 제치고 정책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 당장 다음 달 금리 결정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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