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국금융 세계를 품다] (5) 뼛속까지 현지화, 금융한류 성공신화 썼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8 17:03

수정 2014.10.24 00:26

베트남 호찌민 소재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전경.
베트남 호찌민 소재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전경.

[한국금융 세계를 품다] (5) 뼛속까지 현지화, 금융한류 성공신화 썼다

【호찌민.하노이(베트남)=고민서 기자】 베트남 경제중심지 호찌민에 둥지를 튼 신한베트남은행. 신한은행 금융한류의 성공신화로 꼽히는 곳이다. 숫자가 이를 잘 말해준다. 고객 20만명 중 80% 이상이 현지인이며 당기순이익은 현지 외국계은행 가운데 2위 수준이다. 또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시작한 카드사업에서 신용카드 취급액이 월 1000만달러(6월 기준)를 돌파했다.

한때 외국계 은행에 치여 '왕따'신세였던 신한은행이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뼛속까지 현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흔치 않은 육아휴직은 물론 지점 간 다양한 문화 교류, 정기 봉사활동 등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만들어 준 것. 베트남 중앙은행에서 우수 노동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희진 신한베트남은행 전략기획부장은 "해외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전 직원의 90%를 현지인으로 채용했고, 이는 타 은행과 달리 현지 기업과 개인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전했다. 덩달아 수익도 좋아졌다.

기업과 개인을 살리는 '따뜻한 금융'을 만들겠다는 신한정신도 한몫했다. '따뜻한 금융'은 2011년 첫 임기를 시작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슬로건이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상생이 금융의 본질'이라는 게 한 회장의 생각이다. 현지화 전략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베트남에서 '아시아금융벨트'의 성공신화를 써가는 신한베트남은행을 들여다봤다.

[한국금융 세계를 품다] (5) 뼛속까지 현지화, 금융한류 성공신화 썼다


■22년 공든 탑 베트남에 우뚝 서다

베트남 호찌민의 탄손낫 국제 공항.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신한베트남은행의 대형광고판이다. 베트남 현지화의 원년인 2013년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현지에 '신한금융'의 DNA를 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실 신한은행이 베트남에 발을 내디딘 지는 올해로 22년째다. 지난 1993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하던 해 신한은행은 한국계 은행 최초로 베트남 호찌민에 대표 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이후 1995년 호찌민 지점을 개설한 이후 2009년에는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법인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순이익 규모면에서 베트남 진출 외국계 은행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혹독한 시련과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베트남이 처음으로 외국계 은행에 금융시장을 개방했던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서명국 신한베트남은행 부행장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땐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자동이체나 송금시스템과 같은 금융 인프라가 워낙 낙후돼 있던 상황이라 그야말로 황무지 같던 땅에 집을 짓는 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뭘까. 바로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본 '차별적 현지화'전략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만으로는 현지시장에 뿌리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이를 위해 신한베트남은행은 '한국식 영업 전략'을 구사했다. 그야말로 고객 한 명, 한 명 발로 뛰어다니는 현장 마케팅에 일찍이 돌입한 것이다. 현지 기업 고객을 확보한 뒤 그 회사 직원들까지도 신한은행 개인 거래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김우경 신한베트남은행 영업부 RM(기업금융전담역)총괄부장은 "베트남 현지 기업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선 현지 시장을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 현지 직원들로 구성된 RM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며 "따라서 영업 현장 일선에서 고객과 대면하는 RM들이 신한의 대표 얼굴로서 걸어다니는 홍보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이나 영업지원 및 보상 수준 등을 향상시키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만 해도 134곳이던 현지 기업 고객 수가 현재 2014년 6월 말 기준 376개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현지 개인 대출액도 2012년 740만달러에서 현재 4200만달러로 6배 정도 급증했다.

신한베트남은행 호찌민 지점 객장 내 전경. 베트남 현지 은행의 상당수가 고객이 서서 금융 업무를 보는 구조인 반면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 법인은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내부 구조를 갖춰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 호찌민 지점 객장 내 전경. 베트남 현지 은행의 상당수가 고객이 서서 금융 업무를 보는 구조인 반면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 법인은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내부 구조를 갖춰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현지화 전략, 고객만족이 최우선

'꿈틀대는 호찌민.' 호찌민 외곽의 공업단지까지 뻗은 대로변은 역동적인 성장, 그 자체다. '호찌민의 명동'이라 불리는 도심지역에 40층 높이로 지은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고급 복합빌딩이 즐비했다.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1960년대 같은 구멍가게가 먼지에 덮여 있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다.

호찌민은 글로벌 은행들의 경합장이기도 하다.



신한베트남은행처럼 법인 형태로 은행다운 은행의 모습을 갖춘 곳은 홍콩상하이은행(HSBC), 스탠다드차타드(SC), 호주뉴질랜드은행(ANZ), 홍릉(말레이시아계) 등 5곳. 이외에 합작투자 4곳, 지점 51곳, 대표사무소 49개가 베트남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베트남 현지 은행은 국영은행 5곳을 비롯해 민간은행 34곳이 있다.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이 이곳에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고객 우선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업시간 파괴다.

2010년 말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입구. 점심시간(12~1시)에도 영업을 계속한다는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크게 붙었다. 1년 내내 햇볕이 뜨거운 탓에 점심시간만큼은 철저히 휴식하는 베트남 문화를 고려할 때 신한은행의 점심시간 근무정책은 파격적이었다.

서울 여의도의 영업점 한 곳을 베트남에 옮겨 놓고, 한국식 고객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지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편 것.

지금도 베트남 토종 은행들에서는 고객들이 서서 은행 업무를 보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는 곳도 즐비하다.

신한베트남은행 호찌민지점을 방문한 한 남성 고객은 "지폐교환처럼 단순히 돈이 되지 않는 작은 업무도 (여기선)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놀랐다"며 "또 기존 은행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적금이나 카드 상품이 있어 애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휘진 신한베트남은행 호찌민지점 부장은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선 금융상품의 종류가 극히 한정돼 있다 보니 예·적금과 대출, 카드에 대한 잠재수요가 상당하다"며 "적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6개월 미만의 단기 적금이 대부분이지만 '신한safe적금'은 최대 2년의 장기 적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2500좌 이상 팔리면서 현재 베트남 현지 히트상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세이프(safe)적금'은 적금 계약기간 내에 예금주가 사망하거나 1급 장애 시 만기 계약금을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신개념 복합상품이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타행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면제 및 카드 발급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토종 은행 대비 적은 지점수를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기존 베트남 현지 은행의 ATM 거래 수수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1000~2000원 수준인 반면 신한베트남은행은 무료다. 지점이 멀어 찾아오기 힘든 고객에게 인근 ATM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은행은 카드발급이나 예금 계좌 개설과 같은 교차판매를 통해 신규 거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태종 신한베트남은행 마케팅부장은 "한국과 베트남의 물가차는 거의 20배인데, 오히려 ATM 수수료는 베트남이 더 높은 등 돈을 인출하려면 한 끼 밥값을 지불해야 할 정도"라며 "하지만 신한은 타행으로 송금할 때 전부 수수료를 무료로 하고 있고, 베콤뱅크와 같은 타행의 ATM을 통해서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베트남에서 카드사업을 시작했던 신한 베트남은행은 올해 하반기 신용카드 10만장 발급을 앞두고 있다.
개인 신용카드는 상반기 중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고, 이 중 94%가 베트남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실적을 거뒀다.

gm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