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경징계 결정…KB號 ‘불편한 동거’ 시작?
'KB사태'를 불러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모두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주 전산기 교체 등의 이유로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지만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징계 수위가 한단계 낮춰졌다.
KB 입장에선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 대로 마무리됐지만 갈등이 쉽게 가라앉을 지 의문이다. 일부에선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외나무 다리' 전투에서 서로 휴전을 하게된 셈이기 때문이다.
'중징계'를 자신했던 금감원은 체면을 구겼다. 검사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수 개월간 KB를 뒤졌지만 결국 경징계라는 결과물에 머물렀다.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던 최수현 금감원장도 곤란한 입장이다. '령이 서지 않는 금감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체면 구긴 '금융감독원'
22일 새벽(0시 50분께) 결정된 KB금융 수뇌부의 경징계 처분은 네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다. 두 명 모두 '경징계'는 KB 입장에선 가장 기대하는 시나리오였다.
반면 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과 마주섰다. 금융권 안팎의 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권을 들쑤셔 놓고 소득없는 제재로 끝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다른 금융사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위해 존재하는 금감원 검사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질 수 있다.
검사와 제재 관련 금감원 책임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 원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조치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검사담당 부서는 두 사람에 대한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심의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 측은 최근까지도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최소한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중징계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수 개월 간 진행된 검사와 제재심의에도 두 명 모두 경징계 처분을 받음에 따라 금융당국은 KB금융의 분란을 키운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KB의 '불편한 동거'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경징계의 제재가 결정됨에 따라 KB는 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다. KB 내부 분란의 당사자들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간 깊어진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질 지 주목된다.
일부에선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고 해석한다. 주 전산기 교체 문제점을 인지한 이 행장이 금감원에 이를 '신고'하면서 시작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두 명 모두 경징계를 받았지만 화해하기 힘든 형국이다. 표면적으로는 화해의 제스처가 나올 수 있지만 서로에게 입힌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한편 금감원 제재심은 KB 수뇌부를 포함해 주 전산기 교체와 도쿄지점 부실 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관련자 등 총 87명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단일 금융사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수 십여명의 인사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선 원안대로 '기관경고'의 경징계를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email protected] 박승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