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국고보조금 ‘눈먼 돈’ 불명예 씻어야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비난받아 온 국고보조금에 대해 대수술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당연하고도 해야 마땅한 일이다. 국민 혈세에서 나가는 자금이면서도 '눈먼 돈,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조롱까지 살 만큼 관리·감독 실태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만큼 우리 사회의 모럴 해저드와 무너진 공직기강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병폐는 흔치 않았다. 분배는 물론 집행 및 성과 평가 과정에서 사전 결탁 및 횡령, 허위 보고 등의 비리가 만연해 있어서다. 경찰의 수사 결과만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부가 일선 학교의 경제교육을 강화한다며 2008년 설립한 경제교육협회는 13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36억원을 빼돌렸다. 협회 관계자들은 유령회사를 세운 뒤 직원이 10여명이나 되는 것처럼 인건비를 부풀렸다. 한 사단법인 본부장은 안전행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타낸 뒤 집행잔액 1502만원을 자녀 학원비와 빚갚기에 썼다. 수도권의 한 유명대학 교수는 산학협력 연구비 5억3000만원을 지원받은 뒤 친구, 제자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1억1000만원을 빼돌렸다. 이렇게 새어 나간 보조금이 2013년에만 1700억원대에 달했다.

출연금과 함께 보조금이 정부 자금들 중 관리·감독 체계가 가장 느슨한 돈 중 하나라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보조금 관련 부패 행위 근절에 나선 것을 비롯, 감사원 역시 비리 점검에 수시로 나설 만큼 정부 내에서도 보조금 수술이 시급하다는 의견은 적지 않았다.

정부는 국고보조금 비리를 우선 척결 비리로 특별관리하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대책마련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시늉이나 엄포에 그치면 안된다. 2007년 32조원 규모였던 국고 보조금의 지원액수가 작년 50조5000억원까지 확대된 데서 알 수 있듯 보조금 증가에 맞춰 사고 위험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 분명해서다.

정부는 비리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비롯, 사고 관련자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보조금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대책을 다시 짜지 않으면 안된다. 세금을 잘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둔 세금을 알뜰하게 잘 쓰는 것이야말로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보조금 주변을 기웃거리는 세금 도둑을 정부는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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