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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세계경제, 방향 짚어보다] (1) 윤치원 UBS그룹 아시아·태평양 회장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로 기나긴 침체를 겪었던 세계 경제가 미국을 시작으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의 재침체 가능성, 중국 경제의 둔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의 금리인상 시기가 주요 이슈가 될 정도로 세계 경제는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8월 27~28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제12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 참석한 글로벌 금융·시장전문가와 국내 최고 석학들의 대담을 통해 세계 경제의 방향성과 투자자금, 상품시장의 흐름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대담=김승중 증권부장

"한국이 금융허브가 되려면 해외 인재가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한국 금융사들도 해외에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기투자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윤치원 UBS그룹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 8월 27일 열린 제12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 기조연설 직후 가진 대담에서 한국 금융 발전을 위한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평가받는 윤 회장은 한국 기업이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국 투자은행(IB)도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리인상 시점을 조율하고 유럽·일본 등도 경제환경이 바뀌면서 세계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신흥국 영향은 어떤지.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이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구조개혁이 안 되는 데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도 구조개혁이 안 돼서다. 이런 점을 착안해 한국 경제도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서비스업 등으로 다변화하는) 구조개혁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 구조개혁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일단 관심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유동성 축소 의미도 있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간다는 뜻도 된다. 한국 수출기업에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은 지금 초이노믹스로 경기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선 큰 그림만 주고 실천과 각론이 부족하다고 한다.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은,

▲금리 변화는 단기적인 영향을 줄 뿐이다. 한국이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선 구조개혁 등 혁신이 필요하다. 당장 아프고 괴롭더라도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바꿔가야 한다. 국가적으로 금융산업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금융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실물경제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사 차원에선 웰스매니지먼트(자산관리)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UBS도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산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여의도를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금융허브가 되려면 글로벌 인력이 활동할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사실 한국 내 금융산업 종사자는 대부분 한국인이다. 글로벌한 금융산업이 되려면 글로벌한 인재풀이 갖춰져야 한다. UBS 홍콩 트레이딩 센터에 가보면 30~40개국 직원이 활발한 의견교환을 나눠, 마치 유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외국인 인재가 모이려면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한국 금융시장이 오픈된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고 국내외를 아우를 정도로 무대가 더 커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내수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다.

윤치원 UBS그룹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왼쪽)가 김승중 파이낸셜뉴스 증권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윤치원 UBS그룹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왼쪽)가 김승중 파이낸셜뉴스 증권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아·태지역에서 한국 금융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10여년 전 한국은 아·태지역 4위 정도의 아주 큰 시장이었다. 최근 중국 금융 규모가 커지고, 대만의 자산관리 시장이 열리는 등 경쟁국들이 성장해 10위권까지 떨어졌다고 본다. 다른 시장이 커진 면도 있지만 사실은 금융 메커니즘의 문제가 크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외국에서 펀딩으로 자금을 확보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이 거의 없었다. 덩달아 한국 금융시장의 활력도 떨어졌다. 외국에서 볼 때 한국 금융산업은 실물경제와 신규산업 지원 등 사회적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은행도 궁극적 목적은 수익성 창출이다.

―한국 금융사가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길 좀 제시해 달라.

▲외국에 진출해 초기엔 실수하더라도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고 부대끼며 배워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금융사들은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해외에 지점만 내고 동포,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서 탈피해야 한다. 현지 은행과 적극 경쟁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만들려면 10년, 20년, 30년을 내다보면서 차근차근 투자해야 한다. 가능하면 현지 인력을 채용해 그 시장의 특징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 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해보니 각 나라의 시장에서 틀을 잡으려면 10여년이 걸리더라.

―성장세인 중국의 금융시장은 어떤가.

▲중국 금융 시장의 덩치는 엄청나게 크다. 실질적으론 제도가 워낙 달라 우리가 중국을 따라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까지 은행이 고객에 대출할 때 금리를 정부가 지정해줬다. 고객별 금리차나 신용등급 기술 등이 없었다. 최근 이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눈여겨볼 것은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은행 톱4 순이익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커서 경제성이 있다. 향후 중국 금융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현지 주요 은행을 통째로 사는 방식을 취할 것 같다. 한국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주요 은행은 덩치가 더 커져야 한다.

―금융당국이 한국형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성장이 더디다. 향후 나아갈 방향은.

▲IB산업은 기업들의 활력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국기업이 국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자금을 확보하려면 한국 IB도 일거리가 늘 것이다. 현재 한국 IB산업이 어렵다는 것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확장을 안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 사이클도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이걸 이겨내야 IB사업도 발전할 것이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 추락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 다르다. 관련시장 활성화 방안은.

▲파생상품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정책 입안자와 실행자가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정책자는 시장이 왜 변하는지 이해하고, 금융사는 왜 규제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결국 금융사는 단기적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투자를 무조건 막기보다 고객 리스크 성향에 맞는 상품을 개발·제공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창조금융으로 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는가.

▲(금융위기 이후) 규제체계가 바뀌면서 글로벌 은행들은 전체적으로 건전성을 강화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괜찮은 편이지만 유럽은 은행 대출도 확장하지 않고 있다. 경제가 불안하고 은행산업이 위축돼 공격적 투자를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은 아시아 중에서도 규제가 많고, 은행이 돈 많이 버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단 보신주의로 가고 실수하지 않는 비즈니스를 한다. 한국 경제가 좀 더 활성화돼야 하고 전반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리[email protected] 임광복 기자 김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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