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유업계 윤활유 혈투의 막이 올랐다. 정유업체들이 쏠쏠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윤활기유 신설 공장을 이달 잇따라 가동하면서 본격 시장 쟁탈전이 펼쳐질 조짐이다. 윤활기유(lube base oil)는 윤활유 완제품의 주원료다. 업계는 공략지를 국내보다 해외로 겨냥, 저마다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있다. 공급 과잉, 정제마진 하락 등의 여파로 본전도 못 찾는 정유부문과 달리 윤활유 부문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이익을 냈다.
3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회사의 윤활유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가 스페인 렙솔과 합작해 스페인 남동부 해안 카르타헤나에 설립한 윤활기유 공장이 이달 중순 본격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이 공장의 하루 윤활기유 생산량은 1만3000배럴, 기유의 질은 고성능 친환경 기준에 해당하는 '그룹 III' 비중이 높다. SK의 지난해 윤활유 하루 생산량은 국내 울산 3개 공장에서 4만8500 배럴, 인도네시아 해외 공장에서 9000배럴이었다. SK 측은 "환경규제가 높은 유럽시장에서 자체 생산, 판매를 완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높다"며 "스페인 공장을 유럽 진출의 중요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시장이 크게 늘지 않는 내수보다 자동차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신흥 아시아와 까다로운 규제의 선진국 시장을 주로 공략하는 추세다. 국내 정유회사 중 유일하게 윤활기유 공장이 없었던 현대오일뱅크가 글로벌 기업 셸(Shell)과 합작해 충남 서산에 만든 첨단 윤활기유 공장은 이달 말께 상업가동을 개시할 예정인 가운데, 이곳에서 생산될 하루 2만배럴 규모의 기유는 100% 수출될 예정이다. 오일뱅크 측은 "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과 아시아지역을 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활유 선발 업체들의 수출비중도 내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SK의 윤활유 수출비중은 올 상반기 88%였고, GS칼텍스는 68%, S-OIL은 77%였다.
윤활기유는 갈수록 고급 품질 '그룹 III' 비중이 확대되는 게 추세다. 현재 SK의 국내외 다섯 공장 중 네 곳이 고급기유 기지다. 스페인, 인도네시아를 비롯, 국내 울산 공장 3곳 중 2곳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루 4만2000배럴의 윤활유 생산 시설을 갖춘 S-OIL도 고급기유 비중을 늘려 호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GS칼텍스는 호주, 남미에서 판매처를 뚫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윤활기유시장에서 고급기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10%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 고급기유 시장에서 1위가 SK, 4위에 S-OIL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 전체 매출규모에서 보자면 윤활유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치다. 가령 SK의 지난해 윤활유 사업은 전체 매출의 5% 정도였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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