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특경가법상 사기 및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 대해 지난 8월 21일 1심에서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 하지 않으면서 '실형=불구속'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담당 재판부는 윤 회장 불구속 이유로 "피해를 최대한 변제하겠다는 진정성이 인정되고 피해변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뿐 아니라 피해 회사들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도 실형이 선고되면 법정구속되는 게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대기업 오너들은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거의 대부분이 구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겉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을 피한 사례는 적지 않다고 일선 판사들은 말한다.
■'법정구속 판단' 견해 엇갈려
8월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현행 재판 관련 규정상 '실형을 선고한 경우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 취지의 기준을 명문화한 규정이 없어 재판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한 것은 물론 '들쭉날쭉' 판결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례가 대부분인 만큼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하급심(1심·2심)의 구체적인 법정구속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구속여부를 결정할 경우 자칫 사건 자체의 본질과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현행처럼 법관이 직권으로 법정구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재판도중이나 실형 선고와 함께 구속하는 '법정구속' 기준을 명문화 한 규정은 사실상 없다. 주거지 불분명 또는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이 있을 때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70조를 법정구속의 잣대로 준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법정구속을 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법조인들의 전언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사유가 아닌 지병이나 피해회복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비슷한 사건이라도 판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법정구속 여부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국민들 상당수는 실형선고 후 법정구속이 원칙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며 "불구속 피고인의 경우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형사재판 경험이 있는 또 다른 판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할 경우 대부분 법정구속 해왔다"며 "이는 유죄 심증이 확실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법정구속 시기는 매를 먼저 맞고 늦게 맞는 정도의 차이로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다.
■법관 재량 vs. 기준 마련
법정구속 기준 마련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도 법조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변호사는 "대체적으로 판사들은 법리적으로 난이도가 높아 상급심에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이는 사건일수록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구속을 자제하는 것 같지만 유사사건 모두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아 종종 의뢰인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면서 "재판 형평성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판결에 불복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법정구속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수도권 법원의 E부장판사는 "동일한 혐의는 있어도 세상에 모든 사건이 똑같을 수는 없다"면서 "합리적인 재판을 위해서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 기준을 지키면서 사건 특성별로 판사의 재량을 일정부분 인정해 구속여부를 판단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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