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제개혁, 대통령이 늘 앞장설 순 없다

파이낸셜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규제 혁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도시·건축 규제 혁신, 인터넷경제 활성화,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 등 3대 분야의 규제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또 지난 3월의 1차 회의에서 현장건의된 52건 과제 중 48건에 대해 수용키로 했고 '손톱 밑 가시' 과제 92건 대부분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다고 소개했다.

표면적으로는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정부의 규제개혁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사실은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를 강하게 질타한 이후 모든 부처가 부랴부랴 해결에 나선 끝에 나온 결과여서 뒷맛이 씁쓸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2차 회의를 '성과 부족'을 이유로 연기했다. 얼마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 나와 이런저런 이유로 못했다고 변명하면 곤란하다"며 "지난 5개월간 최선을 다했나. 우리한테는 시간이 없다"고 공직사회를 압박했다.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오히려 안전관리 강화를 내세워 규제를 늘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달 중순 현재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중앙부처 등록규제는 1만5326건으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있었던 3월의 1만5303건보다 23건이 늘었다. 공무원의 '규제 본능'은 수그러들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면 규제개혁은 대통령이 불호령을 내리고 닦달해야만 진행되는 것일까. 일이 이런 식으로 되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 역대 정권이 하나같이 집권 초기에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섰다가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된 것은 왜일까.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서슬에 개혁하는 시늉만 했고 이후 대통령의 의욕이 식으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을 상시 추진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규제총량제나 일몰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관련법령 개정을 앞당기는 패스트트랙 제도 등의 도입은 당연하다. 규제완화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규제완화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사후점검하는 시스템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푸드트럭의 경우 당초 유원지에만 허용키로 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자 이번에 허용지역을 도시공원, 체육시설 등으로 확대했다.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규제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면책 제도도 갖춰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풀려 해도 일선 인허가기관인 지자체가 틀거나 국회, 특히 야당이 관련법 제·개정에 발목을 잡으면 소용이 없다. 이들을 설득하고 규제개혁에 대한 컨센서스를 얻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규제는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끈질긴 잡초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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