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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부금 개혁, 결국 교육-기재부 싸움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2 17:31

수정 2014.09.22 17:31

교육교부금 개혁, 결국 교육-기재부 싸움

국가재정운용 계획상 2030년이 되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놓고 예산당국과 교육계의 끈질긴 줄다리기가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재정(예산+기금)과 교육재정으로 분류된 지방정부 재정 중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교육재정, 그중에서도 교육교부금을 놓고 벌어지는 '선심성 공약'도 선거 때만 되면 반복되고 있어 가뜩이나 부족한 나라살림 여건에서 교육교부금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없어 못한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내년 예산을 계획하면서 예산당국인 기재부에 누리과정을 위한 예산 2조1000억원을 요청했다. 초등 돌봄교실 예산 6900억원도 별도로 제출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들 예산은 국가가 별도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교부금을 통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에 다녔던 3~5세 유아들의 교육·보육과정을 일원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이들 연령대 아이가 있는 모든 소득계층에 월 22만원씩을 지원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정부 차원에선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업무를 교육부가, 수요자 측면에선 어린이집에 다니던 3~5세 아이들이 유치원으로 소속이 바뀐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5세 과정(소요 예산 5315억원)→3~4세 과정 소득 상위 30%(〃8483억원)→4세 과정 소득 하위 70%(〃3237억원)에 대한 예산을 복지부에서 교육부 소관인 교육교부금으로 이관했다. 기존 계획에 따라 내년에도 3세 과정 소득 하위 70%에 대한 예산 4510억원(전체 예산 대비 20.9%)만 옮기면 된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으로선 내년까지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100%인 2조1545억원을 모두 이관받아 집행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올해까지도 교육부가 전체 예산의 81%를 부담해 누리과정을 이미 시행하고 있었고, 내년에는 복지부에서 넘어올 4510억원을 교육교부금에서 지원하면 되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누리사업은 2013년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고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연차적으로 재원을 부담키로 하는 합의도 끝났다"면서 "내년에 부담할 금액도 교육부에서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한 수준인데 이와 별도로 예산에서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청 부채는 2013년 기준으로 예산(57조4000억원)의 5.2%인 3조원에 그친 반면 중앙정부는 부채가 464조원으로 예산(337조7000억원)의 137.4%에 이를 정도로 여력이 없는데 교육계가 생떼를 쓴다는 게 예산당국의 입장인 것이다.

■교육교부금, 늘려? 줄여?

지난 대선에 이어 올해 6·4 지방선거에서도 교육분야에선 '무상시리즈'가 남발했다. 무상버스, 무상 방과후학교, 중·고등학교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 청년해외인턴지원, 초등학교 문예체(문화·예술·체육) 무상교육 등이 선거를 앞두고 시·도지사, 교육감 후보자들이 쏟아낸 대표적인 내용들이다. 이 무상시리즈의 '화수분'이 바로 교육교부금이다. 지방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선심성 공약' '공짜 공약'이 남발하는 건 그마나 칸막이 재정으로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교육교부금을 융통해서 쓰겠다는 말로밖엔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교육교부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앙부처의 전직 고위공무원 A씨는 "과거에 교육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에 따라 과도하게 상징적인 목표치로 인해 (교육재정에서) 자연히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회고하며 "재원전망 구조에 근거해 학급당 학생수, 교원수 등이 향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학교 정동욱 교수는 "내년의 경우 국세가 줄면서 교육교부금도 감소했는데 초·중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위해 최소지원금액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고교 무상교육 등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위해 추가적이고 안정적인 예산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는 "(교육교부금을)세금에서 보전해줘야 하는 예산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면서도 "1인당 교육비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교육투자는 결국 인프라다.
정책도 우선순위가 있다. 교육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22%)·김상희(22.27%)·김태년 의원(25%)은 현재 국세의 20.27% 수준인 교육교부금 비율을 추가로 늘리는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bada@fnnews.com

김승호 조은효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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