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세종시 공무원 '고난의 서울 출장'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1 17:32

수정 2014.10.01 21:56

세종시 공무원 '고난의 서울 출장'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중앙부처의 고위 공무원 A씨는 국회 업무 등을 위해 1주일에 서너번씩 서울로 출장을 갈 때마다 곤혹스럽다.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업무 전후 남는 시간엔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장관의 서울 집무실을 이용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이도 없어져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서울지역 곳곳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가자니 후배들 눈치에 불편하고, 빈자리도 찾기 쉽지 않아 커피숍이나 PC방을 전전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서울 출장이 잦은 국정감사 시즌은 아예 국회 식당이나 후생관에서 국감을 준비하기도 한다. 국감 시기의 국회 스마트워크센터는 말 그대로 북새통이어서 자리를 잡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A씨는 "국회와 광화문, 강남 등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날, 약속 사이사이 1~2시간씩 빌 때는 특히 머무를 곳이 없다"면서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빈번한 서울 출장으로 업무 시간의 상당부분을 KTX와 고속버스에서 보내는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에 와서도 딱히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스마트워크센터는 수많은 출장 공무원을 모두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던 장관 집무실도 헐값 임대 논란이 일자 대부분 부처가 폐쇄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국회가 서울에 버티고 있는 등 지금 상황에서 출장은 불가피한 터라 업무공간을 더욱 넓히거나 일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출장 때 장.차관과 실무진이 활용하던 서울 여의도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을 지난 5월 폐쇄했다. 대신 정부서울청사 본관 10층을 전용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같은 건물 9층에는 전 부처 공무원들이 쓰는 스마트워크센터가 있긴 하다.

기재부 한 공무원은 "스마트워크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무실과)별도의 ID, 비밀번호가 있어야 하고 내부망에서 외부망으로 자료를 전송하는 프로그램도 달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편하다"면서 "게다가 9층은 타 부처 사람들이 몰릴 때는 혼잡해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부 서울청사 역시 비효율적이긴 마찬가지. 세종시 공무원들은 시간적 제약을 감안, KTX를 주로 이용하는데 서울청사와 서울역은 다소 거리가 있다. 국감 시즌엔 아예 국회로 가지만 마찬가지로 공간이 없어 국회 복도나 여의도 주변 커피숍을 전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정부서울청사 뒤편 한국생산성본부 5층 회의실을 폐쇄하고 외교부 청사의 10평 남짓한 산업부 몫 회의실을 업무공간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센터 등을 돌아다니는 '메뚜기'신세는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부 한 공무원은 "외교부 청사 사무실은 주로 회의 때 사용할 뿐 상주 공간은 아니다"라면서 "결국 서울청사 스마트워크 센터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세종시의 정부부처 다른 공무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세종시 공무원들의 지적대로 스마트워크센터는 협소한데 아직 다른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스마트워크센터는 서울청사 48석(10층 기재부 전용 제외), 국회 본관 63석, 청와대 연풍문 3석, 한국산업단지공단 18석, 코레일 서울역 16석, 서초동 대한결핵병원 별관 30석, 잠실2동 우체국 25석, 도봉구청 24석 등 서울에 227석이 있다.

과천청사 20석, 고양청사 14석, 세종청사 69석, 부천 두산 위브더스테이트 19석, KT분당지사 25석, 수원 서호생태 25석 등 수도권 및 세종시까지 합하면 모두 394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용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 이용자 수는 2012년에 2만7276명이었으나 세종시 이주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엔 5만7347명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6만6792명을 기록했다.
48석뿐인 서울청사 이용자는 이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2만528명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자리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여기다 서울청사나 과천청사를 제외한 서울 8곳, 수도권 5곳, 세종 2곳 등의 스마트워크센터는 주말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bada@fnnews.com

김승호 정지우 이유범 김서연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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