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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신축, 거리로 나선 신촌 대학가 임대업자..왜?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정문 앞에서 신촌 대학가 일대 임대·하숙업자들이 대학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정문 앞에서 신촌 대학가 일대 임대·하숙업자들이 대학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숙사 신축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주민에게 대비할 시간할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생들과 공생해온 주민들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는 게 아닌가요."(서울 창천동에서 30년째 임대업을 하고 있는 A씨)
대학 기숙사 신축에 반발한 대학가 임대·하숙업자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대학생 주거난 해결을 위해 각 대학은 기숙사 증축 계획을, 지자체는 각종 규제완화로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임대·하숙업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 신촌 연세대와 이화여대, 회기동 경희대 등을 중심으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임대업자 "지역경제 무너진다"

지난 6일 서울 연세대 정문 앞에서 임대사업, 또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주민 40여명이 기숙사 신축을 철회하라는 피킷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연대·이대 기숙사 건립 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 기숙사 확충 문제를 함께 논의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8일 각 대학 등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오는 2016년까지 지하 2~4층, 지상 5층 규모 기숙사 5개동 및 부속동 1개동을 지을 예정이다. 총 368실로 학생 2344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연희동 연세대 신촌캠퍼스도 학생기숙사 '우정원'을 신축 중이다. 이곳은 지하 2층∼지상 5층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기숙사 169실, 학습실 등으로 조성된다.

신촌동 한 임대업주는 "현재 방 15개 중 4개가 비어있다"며 "지난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은행에서 3억원을 융자받았는데 공실이 계속되면 빚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원룸을 시작했다는 안모씨도 "기숙사가 완공되면 원룸 가격이 급락하고 공실도 늘어날 텐데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때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으라던 지자체가 이제 깡통원룸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숙사 신축 결정에 앞서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연희동에서 임대업을 하는 김모씨는 "수십년간 대학과 공생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왔는데 언제 어떻게 기숙사를 늘린다는 계획도 알려주지 않은 채 급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할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청장 면담을 이미 거쳤다"며 "각자 의견을 정리해 다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고 학교와 서울시, 주민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대 인근에서 하숙을 하는 안모씨(24·여)는 "진작 기숙사 공급을 늘려 인근 원룸 시세를 낮게 만들어야 했다"며 "옆방 소음이 다 들리는 등 시설이 좋은 게 아니면서 가격은 비싸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중개업계 "공실 늘어나도 임대료는 그대로"

인근 부동산업계는 '비싼 임대료'를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기숙사 신축으로 수요가 감소, 원룸 임대업 시장이 재편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촌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16.5~19.8㎡ 기준)은 보증금 1000만원, 월 임대료 50만원, 관리비 5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오피스텔(23.1~26.4㎡ 기준)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70만~80만원, 관리비 8만원 선이다. 상대적으로 일부 노후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임대료 4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월 20만~30만원을 부담하면 되는 기숙사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대다.

신촌 C부동산 대표는 "공실이 늘어나는 경향은 있지만 임대료가 변하지는 않았다"며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 전세로 돌리거나 임대료를 5만원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구할 텐데 전세 물건도 없고 임대료도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들이 아무리 어려워졌다 해도 공급자가 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평균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시장은 꾸준히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중개업자는 임대료를 낮추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부동산 관계자는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임대업자 입장에서 임대료를 낮추면 땅값도 떨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김은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