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고는 열려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살핀 뒤 디자인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
김현선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는 김현선 대표(공공디자이너·사진)의 디자인경영 철학이 함축된 말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일본도쿄예술대학 디자인 전공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김현선디자인연구소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ASEM2000과 APEC2005 CI 지명작가경쟁을 비롯해 청계천복원 경관계획, 서울상징색 개발, 송도국제도시 경관계획,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공공디자인 개발, 거가대교 디자인 및 마곡워터프런트 특수교량 국제현상공모에서 1등으로 당선됐다. 여기에다 대한민국 국가상징공모전 대통령상, 세계학술심의회 예술부문 그랑프리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소유한 공공디자이너다.
그동안 서울과 부산 등 감성이 깃든 도시환경 조성에 매진하던 그의 관심은 최근 '도시'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는 "그동안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징색을 개발하고, 교량을 디자인하고 도시경관을 디자인해 왔지만 그 속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며 "지난해 산업단지 근로자의 안전 제고 차원에서 산업단지 위험물 사고 저감을 위한 서비스디자인을, 이어 환경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현장을 찾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 속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발견, 이를 통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그들에게 협력자일 뿐 모든 아이디어와 열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쥐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최근 인천시 원도심디자인활성화사업공모에 당선된 그는 낙후된 도시를 찾아 현지인과 소통하며 희망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전 계획된 도시에 감성을 주입하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살핀 뒤 디자인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세심한 관심이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자칫 디자인이 상처가 되거나 세상의 일시적 관심을 받기 위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세심하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하니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도 이 같은 관심이 많은 부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예산싸움은 피할 수 없다. 적은 예산으로 도시를 살리고 안전하면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면서 "최근에는 좋은 뜻을 갖고 손을 내미는 대기업이 늘고 있어 희망적이다. 일선 지자체에서도 신도시보다 구도심, 미보다 안전, 도시보다 사람에 관심을 갖는 일이 많아졌으니 앞으로 환경디자인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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