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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함철훈, 셔터를 계속 누르다 보니, 내가 변해 있더라

"사진은 인문학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사진작가 함철훈은 최근 사진을 찍으며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한 사진 에세이집 '예기치 못한 기쁨에 바람처럼 설레어'를 펴냈다.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은 인문학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사진작가 함철훈은 최근 사진을 찍으며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한 사진 에세이집 '예기치 못한 기쁨에 바람처럼 설레어'를 펴냈다. 사진=김범석 기자

"음악 한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미 검증받은 길이 있기 때문이죠. 배울 게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진 한다고 하면 '사진에도 배울게 있냐'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제 대답은 '있다' 입니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인성이 계발되고 인문학을 공부하게 되죠." 지난달 3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사진작가 함철훈(62)은 "사진에도 배움의 길이 있다"며 눈을 반짝이더니 돌연 "사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을 통해 배울 게 많다면서 사진이 중요하지 않다니. 하지만 얘기를 듣다보니 그의 말에 수긍이 갔다.

"사진이라는 결과물 보다 사진을 찍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죠. 제가 사진 공부를 권하는 이유는 보기 좋은 사진을 찍는 기술을 배우라는 게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얻게 되는 특별한 인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가령 사람과 사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관찰력이 생깁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강점이죠."

현재 몽골에 둥지를 틀고 몽골국제대학의 부총장으로서 현지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고 있는 함철훈은 자신을 "사진을 통해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 자신도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는 "마흔을 넘겼을 때 플로리다 해변에서 한가롭게 조개를 줍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나온 답이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진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20여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는 전에 없던 소양을 얻게 됐다. 그는 "엄청 터프했던 내가 놀랄만큼 변했다"며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큰 수확은 감성이 풍부해지고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작가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당신이 더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임상 케이스니까요."

늦게 시작한 사진이지만 그가 사진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사진으로도 주위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국제 NGO단체 VWI(Visual Worship Institute)를 세우고 세계 오지를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는 또 월드비전, 한국국제협력단 등의 사진가로 활동하며 아프리카, 중남미, 캄보디아, 몽골, 인도 등지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진으로 희망을 전했다. 2006년에는 'NGO의 유엔총회'라고 불리는 인터액션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사진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대상을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강조했던 것도 "사진가란 능숙하게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세상이 살맛나는 곳임을 알리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 등을 출간했던 그가 이번에 새롭개 펴낸 사진 에세이집 '예기치 못한 기쁨에 바람처럼 설레어'(올리브북스 펴냄)는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그의 통찰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사진과 글에 그대로 담겨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꽃은 같은 꽃이라 해도 비교되는 아름다움이 아니기에 모두 하나같이 당당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고 재능이 있죠. 제가 만나는 모든 젊은이들이 이걸 깨닫도록 돕는 것이 평생의 목표입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